[책&생각] ‘돌봄청정기’ 말고 ‘돌봄인지감수성’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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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돌봄의 외주화'가 발생한다."
돌봄 상황이 닥쳐왔을 때 무작정 떠맡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돌봄의 현주소다.
돌봄노동자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고, 돌봄 노동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외주화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돌봄 이슈를 무시하다가 결국 돌봄을 담당할 사람이 없으니 동남아에서 싼값에 들여오자는 발상을 내놨는데 이런 방식이 "딱 돌봄청정기"식 논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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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l 한겨레출판 l 2만원
“돌봄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돌봄의 외주화’가 발생한다.”
돌봄 상황이 닥쳐왔을 때 무작정 떠맡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돌봄의 현주소다. 이때 돌봄의 역할은 주로 약자에게 흐른다. 부모 돌봄의 경우 가정 내에서 여성이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자녀에게 떠넘겨진다. 이러한 돌봄에 대한 저평가는 사회로도 확장된다. 돌봄노동자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고, 돌봄 노동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외주화된다.
돌봄의 위기는 이처럼 가장 약한 곳에서 발생한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필요성의 증가, 코로나19가 드러낸 돌봄 공백, 영 케어러, 가족돌봄이라는 지옥도에서 발생하는 간병살인, 돌봄(성)폭력 등 돌봄 위기 현상들은 비단 코로나 이후뿐 아니라 이전부터 줄곧 이어져 왔고, 현재와 미래의 문제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이자 자신이 겪은 영 케어러의 현실을 기록한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쓴 조기현 작가와 아픈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방문진료 전문병원 ‘건강의집 의원’의 홍종원 의사가 각자도생 돌봄 현실을 짚어보고, ‘돌봄위기사회’를 ‘돌봄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대담을 나누고 책으로 묶었다.
돌봄은 통상적으로 아픈 사람, 노인, 장애인 등 약자를 돕는 행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돌봄이라는 행위는 공기와 같다”며 돌봄은 아이와 친구를 챙기는 일을 포함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관계 맺는 일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들은 돌봄을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돌봄인지감수성’을 가져야 하고, 돌봄에 대한 논의가 ‘돌봄청정기’처럼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공기가 나빠지면 공기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공기청정기를 쓰게 되면 근본적인 해결에는 소홀해져 오히려 공기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돌봄 논의가 이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돌봄 이슈를 무시하다가 결국 돌봄을 담당할 사람이 없으니 동남아에서 싼값에 들여오자는 발상을 내놨는데 이런 방식이 “딱 돌봄청정기”식 논의라는 것이다.
돌봄 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가장 높은 등급의 노인에게도 하루 3시간의 요양보호 시간만 제공해 나머지 21시간은 방치돼 있는 것처럼 빈틈이 생기곤 한다. 지은이들은 이 제도의 빈틈을 일상의 관계로 메우자고 한다. 그러면서 “무너져버린 연결의 감각을 회복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좋은 돌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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