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여자에게 좋은 직업’ 뒤에 도사린 억압들

장수경 기자 2024. 1. 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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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 떠오르나.

"나의 적성이 직업과 맞지 않을 확률에 대한 생각은 곱게 접어둔 채로" 교사를 선택했던 서 작가는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교사를 때려치웠다.

책은 교사, 간호, 항공사 승무원, 방송작가 등 '여초'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여성 32명의 이야기를 담은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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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이슬기·서현주 지음 l 동아시아 l 1만7000원

누군가 당신에게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 떠오르나. 아마도 열에 아홉은 교사·간호사를 떠올릴 게다. 교사는 방학이 있어 자녀를 돌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간호사는 임신·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겪더라도 재취업이 유리하다. 여기 그 ‘좋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있다.

책을 쓴 서현주는 초등교사 14년 차이던 2022년 사직서를 냈다.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라던 엄마의 추천, 외환위기를 지켜보며 느낀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하면, 교사는 삼남매 맏이인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이었다. “나의 적성이 직업과 맞지 않을 확률에 대한 생각은 곱게 접어둔 채로” 교사를 선택했던 서 작가는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교사를 때려치웠다. 그리고 10년 차에 신문기자를 그만둔 이슬기와 함께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찾아 나섰다.

책은 교사, 간호, 항공사 승무원, 방송작가 등 ‘여초’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여성 32명의 이야기를 담은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다. 책은 ‘탈직장’한 이들의 개별적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탈직업’한 이들의 사회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책은 여성들이 진로선택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사회로부터 ‘여성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여성이 갖기 좋은 직업이라고 인식돼 온 교사·간호사의 공통점은 ‘돌봄’을 전제로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신붓감 1위 직업’의 이면을 보게 된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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