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피습땐 하루 만에 낱낱이…경찰 테러 수사 공개 기준 달라 논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김아무개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바른소리 TV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 테러’에 대한 경찰 수사 방식과 태도는 물론, 범인 신상공개 기준을 그때그때 달리 적용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과 경찰은 25일에도 공방을 벌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68명의 ‘매머드급’ 수사본부를 차리고 8일 만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개략적인 범행동기 외에 범인 신상과 당적, 변명문 등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벌어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 때와는 대조적이다. 이 사건은 2006년 5월20일 오후 7시20분께 서울 신촌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지지유세를 하던 박근혜 대표가 지아무개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얼굴을 다친 일이다. 경찰은 하루 만인 5월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지씨의 나이·주소, 범행동기는 물론 치매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나이, 전과 기록 등까지 낱낱이 밝혔다. 특히 경찰은 같은 현장에서 난동을 부려 붙잡힌 박아무개씨를 거론하며, 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 “열린우리당에 2천원씩 입금시켰다”고 진술한 바 있다’는 점까지 들춰냈다.

민주당의 범인 신상공개 요구와 관련해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때는 신상공개 관련 법률이 생기기 전이어서 (이번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시점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또 민주당 의원들의 변명문 열람도 거부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소도 되지 않은 중대 사건의 수사 사안을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재판 단계가 되면 당연히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사건 직후 ‘과도 1㎝ 열상’(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 등의 내용으로 상황을 보고해 사안을 축소했다는 지적에, 우 청장은 “현장 경찰관이 급박한 상황에서 흉기를 과도로 판단한 것인데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아무개(42) 변호사는 “피의자 김씨의 주요 범행동기를 밝힐 수 있는 당적과 그가 작성한 변명문을 비공개했고, 외신과 달리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살해하려 한 중대범죄자임에도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명확하지 않은 설명으로 의혹만 무성하게 키우고 있는 장본인은 경찰”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김기성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