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이야기’에 앞서는, 영화의 본질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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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 말씀이 곧 빛이었다"는 성경 구절은 적어도 영화사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1895년 12월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카페에서 상영한 흑백 영화 '열차의 도착'(50초)은 말 그대로 육중한 증기기관차가 객차들을 매달고 관객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을 아무런 설명 없이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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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역사
운동과 시간을 눈앞으로 당겨온 역사 ‘첫 번째 발자국’ 19C~1927
김성태 지음 l 불란서책방 l 2만9800원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 말씀이 곧 빛이었다”는 성경 구절은 적어도 영화사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1895년 12월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카페에서 상영한 흑백 영화 ‘열차의 도착’(50초)은 말 그대로 육중한 증기기관차가 객차들을 매달고 관객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을 아무런 설명 없이 보여줄 뿐이다.
영화학자 김성태의 ‘영화의 역사’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 영화가 발명된 때부터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가 등장하기까지 초창기 영화라는 신기술의 탄생과 생존 과정, 그 의미를 세계사의 흐름에 맞춰 재해석한 책이다. 세상에 처음 선보인 영화들은 어떤 ‘움직임’을 연속 촬영한 필름들을 등거리로 배열해 일정한 속도로 램프 앞으로 지나가게 한 활동사진에 불과했다. 거기에는 말씀이나 이야기는커녕 음악이나 소리도 담기지 않았다. 재현된 장면은 그저 소리 없이 무의미하게 움직이는 이미지였다. “영화의 탄생은 단지 놀람 교향곡에 불과했다. 최소한의 담론조차 얻지 못하고 곧장 서커스가 되었다.”
그러나 “지나가 버린 운동과 시간을 눈앞으로 당겨와” 다시 보여주는 것만으로 영화는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애초 영화는 영사 장치인 ‘시네마토그래프’를 지칭했다. 대중의 시선이 기계에서 이미지로 옮겨져서야 ‘영화(시네마·cinema)’가 나타나고, 시네마가 재현하는 대상으로 서사를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개별 작품인 영화(필름·film)가 된다. 지은이는 이 셋을 엄밀히 구별하고, 이 책에선 필름을 가능케 한 ‘영화(시네마)’의 미천한 탄생과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지은이는 유성영화의 등장부터 1980년대까지를 다룬 후속작도 쓰고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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