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반도체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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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스엔에스(SNS)에 '반도체의 철학'을 테마로 한 풍자가 돌았습니다.
문학·역사·철학 등 이른바 '비인기' 분야의 전공자가 줄어들면 어쩌냐는 우려에, 인문학도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며 "'철학과 인공지능(AI) 융합', '철학과 반도체' 같은 과목을 개설해 대응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대답이 여러 사람들을 헛웃음 짓게 만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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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스엔에스(SNS)에 ‘반도체의 철학’을 테마로 한 풍자가 돌았습니다. 교육부가 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나중에 전공을 결정하도록 하는 ‘무전공 모집’ 확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발단입니다. 문학·역사·철학 등 이른바 ‘비인기’ 분야의 전공자가 줄어들면 어쩌냐는 우려에, 인문학도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며 “‘철학과 인공지능(AI) 융합’, ‘철학과 반도체’ 같은 과목을 개설해 대응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대답이 여러 사람들을 헛웃음 짓게 만든 모양입니다.
반도체가 문사철 분야의 연구 주제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니, ‘반도체 산업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절실하게 필요한 연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디지털 문명을 이루는 기본 토대인 반도체가 어떻게 ‘인간과 사물의 동맹’을 보여주는지 톺아본다거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분석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 시기 국제질서의 변동을 새롭게 포착한다거나, 국내외 반도체 공장의 산업재해 실상을 통해 성장제일주의와 국가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거나….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비슷한 연구들을 진행해왔거나 진행하고 있기도 할 겁니다.
다만 이런 연구들이 과연 교육부에서 의도하는 ‘철학과 반도체’ 연구에 해당할까요. ‘융합’이라는 말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는 차라리 ‘문사철도 놀고 먹지만 말고 나라를 먹여 살리는 반도체 산업이나 인공지능에 복무해보라’는 데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그런 의도마저 없는 경우가 더 최악일 겁니다. 어떻든 대학을 지원할 핑계만 만들어지면 상관 없다는 얘기일 테니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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