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우리 통밀로 빚은 막걸리, 가벼운 목 넘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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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전남 목포 밀물주조가 우리밀로 만든 막걸리를 선봬 화제다.
우리밀로 술을 빚기로 결심한 건 밀물주조 이름을 정한 다음이다.
주말이면 태동반점 앞에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서는데, 그 김에 밀물주조에 들러 잔술로 파는 막걸리로 목을 축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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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막걸리 포화…다른 곡물 주목
껍질 살짝 벗겨낸 밀 고두밥으로
쓴맛 잡아내고 드라이한 맛 집중
미숫가루보다 맑고 담백함 뛰어나
지역책방과 함께 독서모임도 진행
콘텐츠 늘려 주민 사랑방 되고파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전남 목포 밀물주조가 우리밀로 만든 막걸리를 선봬 화제다. 외국산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가 범람하는 가운데 우리밀로 양조한 프리미엄 막걸리 ‘밀물탁주’(8도)의 등장은 퍽 반갑다. 박세희 밀물주조 대표(37)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에서 홍보 직무를 맡아 일하다가 귀촌을 결심했어요. 제 성향이 농촌이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농촌에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술을 빚기로 마음먹었죠.”
밀물주조는 KTX 목포역 인근에 있다. 그는 양조장을 차리기에 앞서 2020년 해남으로 귀촌했다. 원래 해남에서 양조장을 열 계획이었지만, 해창주조장을 비롯해 유수한 양조장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양조장이 적은 곳을 물색해 목포로 가기로 정하고 2023년 이사했다.
밀물주조라는 이름은 그의 취미인 ‘서핑’에 착안해 지었다. 썰물이 빠졌다가 어느 순간 밀물이 들어와 깊은 바다가 되는 것처럼 소비자들도 밀물주조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양조장 내부에도 서핑보드가 진열돼 있다. 우리밀로 술을 빚기로 결심한 건 밀물주조 이름을 정한 다음이다. ‘밀물탁주’는 ‘밀’과 ‘물’로 만드니 잘 지은 셈이다.
“쌀 막걸리시장은 지금 과포화됐어요. 이미 맛있는 쌀 막걸리가 많아서 다른 곡물로 술을 빚고 싶었죠. 눈에 들어온 게 우리밀이었습니다.”
‘밀물탁주’는 무안산 밀을 사용한다. 박 대표는 막걸리 하면 기대하는 ‘단맛’보다는 ‘드라이한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기존 막걸리는 그에게 너무 달았기 때문이다. 드라이한 술을 만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려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대중 앞에 밀 막걸리 ‘밀물탁주’를 선보이게 됐다. 특히 미숫가루보다 더 맑게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박 대표는 고두밥 형태로 지은 통밀로 술을 빚는다. 통밀은 밀 껍질을 살짝 벗겨낸 것을 쓴다. 밀은 도정을 많이 하면 쌀과 달리 금세 가루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밀 껍질이 들어가면 술에 쓴맛이 생길 수 있어 이를 잡는 데도 오래 걸렸다.
‘밀물탁주’는 두번 술을 담그는 이양주다. 밑술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그 위에 덧술을 하는 형태다. 밀로 만든 술이라 상아빛을 띤다. 술맛은 박 대표의 말처럼 드라이하고 목 넘김이 가볍다. 달곰하기보단 담백하다. 도수가 8도지만 맛보면 그보다 묵직하다.
“지난해 11월 우리술품평회에도 나가 대중 평가를 받았어요. 초기 술을 내놓았을 땐 미숫가루 같다고 해서 일부러 목 넘김이 가볍도록 바꿨죠. 앞으로도 마시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할 생각입니다.”
밀물주조는 양조장에서 ‘밀물탁주’를 잔술로도 판매한다. 가격은 한잔에 5000원. 밀물주조 맞은편엔 전국 맛집으로 소문난 ‘태동반점’이 있다. 주말이면 태동반점 앞에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서는데, 그 김에 밀물주조에 들러 잔술로 파는 막걸리로 목을 축인단다. ‘밀물탁주’ 외에도 다른 양조장 술도 잔술로 제공한다. 여러 술을 다양하게 맛보는 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추세에 맞춘 전략이다.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밀물주조를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사랑방 같은 양조장으로 키우는 것이다. 최근엔 지역책방과 협업해 독서모임도 진행했다. 앞으로 밀물주조를 중심으로 문화 체험 콘텐츠를 늘릴 계획이다. 또 청년농이 돼 직접 밀농사도 지어볼 생각이다.
“양조는 고돼 술 빚는 사람이 즐거워야 오래 버틸 수 있어요. 밀물주조만의 색깔 있는 막걸리를 빚어나가겠습니다.”
목포=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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