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참나무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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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참나무는 송진이 밴 소나무보다 불이 더디게 붙지만, 일단 불이 붙고 나면 화력이 세고 이글거리는 참나무 알불은 혀를 대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겨울이 되어 통나무를 손수 쪼개서 아궁이에 넣는데 참나무를 도끼로 쪼개면 엄청난 가루가 쏟아진다.
오늘도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핀 후 이글거리는 숯불에 고등어를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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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명색이 글쟁이니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당연히 더 많지만, 혹한의 겨울인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아궁이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장작을 쪼개어 불만 지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장작이 잘 타도록 곁에서 살펴야 한다. 난 아궁이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시간을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 가랑이 사이로 스며드는 불기운을 쬘 때 온몸이 훈훈해져서 좋고, 이글거리고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는 불멍의 시간도 좋다. 따로 명상이 필요치 않다.
내가 장작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주로 참나무와 소나무다. 그리고 집 안팎에서 전정해놓은 뽕나무·보리수나무·싸리나무도 땔나무로 쓴다. 나무들마다 불땀과 냄새가 다 다르다. 불땀은 단연 참나무가 으뜸. 참나무는 송진이 밴 소나무보다 불이 더디게 붙지만, 일단 불이 붙고 나면 화력이 세고 이글거리는 참나무 알불은 혀를 대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냄새는 뽕나무와 보리수나무가 향긋하니 좋고. 좀 덜 마른 소나무 송진 타는 냄새는 술보다 독하다.
하여간 내가 땔나무로 사용하는 참나무는 주로 화목을 파는 업자에게 구입한 것인데, 덜 마른 나무를 가져오면 처마 밑에 쌓아놓고 말려서 쓴다. 겨울이 되어 통나무를 손수 쪼개서 아궁이에 넣는데 참나무를 도끼로 쪼개면 엄청난 가루가 쏟아진다. 애벌레들이 파먹어 생긴 가루다. 굴피가 벗겨지며 애벌레들이 나오기도 하고 단단한 나무둥치 속에 집을 짓고 살다가 나온 애벌레도 있다. 소나무엔 벌레가 아예 없고 다른 나무에도 벌레들이 보이지 않는데 유독 참나무에만 벌레가 많은 이유는 뭘까.
궁금해서 자료를 검색해보니 참나무가 곤충들이 제일 좋아하는 먹이란다. 모든 곤충이 참나무 수액을 가장 좋아한다고. 장수풍뎅이·하늘소·사슴벌레 같은 갖가지 곤충의 애벌레들이 참나무 수액을 먹고 산다. 참나무는 약성도 뛰어난데 참나무 가지를 우린 물이 천하제일의 해독제란 설명도 읽을 수 있었다.
“참나무 가지를 우린 물은 해독제로 으뜸이다. 뱀한테 물렸거나 벌한테 쏘였거나 농약을 마셨거나 술을 많이 마셨거나, 무슨 독이든지 중독된 데에는 다 잘 듣는다. 이 약, 저 약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봐도 효과가 없을 때 참나무 우린 물을 쓰면 잘 낫는다. 참나무는 모든 독을 해독하는 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이다.”(‘최진규의 약초학교’ 블로그 참고)
아, 그래서 참나무는 ‘참-’나무구나. ‘정말 좋은’ 나무라는 뜻의 참나무는 구하기도 쉽다. 참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나무로 도토리나 상수리가 열리는 나무는 모두 참나무다. 떡갈나무·신갈나무·상수리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물참나무 등 그 종류도 많다.
나는 지구에서 경배를 바칠 목록 1호로 참나무를 꼽는다. 물론 다른 나무들도 소중하지만, 참나무가 나무 중의 으뜸이라는 것. 오늘도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핀 후 이글거리는 숯불에 고등어를 구웠다. 노릇노릇 잘 익은 고등어를 꺼내어 식탁에 올린 후 두 손을 모았다. 문득 짧은 시 한편이 떠올라 식탁의 화제로 올린다.
“나무들은/ 난 대로가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정현종, ‘나무에 깃들여’)
고진하 시인·야생초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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