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학교 줄줄이 문 닫아…“마을공동체 구심점 지켜야”
지난해·올해 연속 신입생 없어
전국 33개교 예정 … 전년 2배
학령인구 계속 줄어 위기 가속
정주 여건 개선 … 젊은 부부 유치
교육 과정 재편 등 대응책 절실
“동창들과 가끔씩 학교를 찾아 옛 추억을 되새기곤 했는데 그런 공간이 없어진다니 너무 아쉬워요. 더구나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흉물스럽게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민혜씨(44)는 모교인 창기중학교가 3월1일 폐교한다는 소식에 아쉬운 심정을 밝혔다.
1985년 3월14일 개교한 창기중은 개교 당시 학년당 3학급씩 총 9개 학급에 학생 636명이 다니는 비교적 큰 학교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도시로 대거 빠져나갔고 고령화마저 심화되자 학생이 급격히 줄어 현재 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신입생이 한명도 없었고 올해도 들어오지 않을 예정이어서 결국 폐교 수순을 밟았다. 안면도에는 2004년 안남중학교가 폐교된 데 이어 창기중마저 없어지면 안면중학교만 남는다.
창기중 12회 졸업생인 박종범씨(42)는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없어졌고 창기중도 폐교되면 고등학교만 남게 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중학생 때 과학 담당이었던 담임 선생님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보여주시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며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농어촌지역 학교 폐교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록적인 출산율 저하와 젊은 부부가 거의 없는 농촌 현실을 감안하면 ‘10∼20년 안에 모조리 문을 닫을 판’이라는 우려가 기우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등학교(1만2027곳) 가운데 문을 닫는 학교는 33곳에 달한다. 2023년 18곳과 견줘 거의 2배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이 6곳으로 뒤를 잇는다. 폐교되는 학교는 대부분 농어촌에 있다. 다만 구도심을 중심으로 대도시에서도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초·중·고교 폐교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했고 앞으로 더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0년 약 810만8000명이던 학령인구가 지난해 531만2000명으로 34.5% 감소했다. 현재 0.78명인 합계출산율을 고려하면 10년 후에는 4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창기중을 흡수 통합하는 안면중도 현재는 학생이 140명가량이지만 앞으로 급격히 줄게 된다.
김기만 안면읍장은 “지난해 안면중 관할인 안면읍에서 14명, 고남면에서 4명의 아기가 태어났다”며 “장기적으로 안면중 전체 학생수가 50여명으로 쪼그라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초·중학교의 경우 면 지역이나 도서 벽지는 학생수 60명 미만, 읍은 120명 미만, 도시는 240명 미만일 때 폐교 대상으로 분류한다. 현재 추세라면 안면중도 곧 폐교 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농어촌 학교 대다수는 폐교 대상에 해당된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누리집을 보면 농어촌지역에는 전교생이 10명도 안되는 학교가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올해 충남지역에서는 예비소집 응소자가 아예 없는 초등학교가 17곳에 달한다. 전북은 32곳이나 된다.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는 중·고등학교 학생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기준에도 각 시·도 교육청이 별도의 폐교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농어촌 학교가 유지되는 것이다. 충남도교육청의 경우 학생수 기준보다는 학부모 6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폐교가 가능하고, 초등학교는 되도록 1면1교를 유지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문제는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폐교에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박성숙 태안군교육지원청 행정과장은 “창기중 폐교를 진행할 때도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 7명 전원이 폐교에 찬성했다”며 “학생수가 너무 적으면 학생의 사회성 함양 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큰 학교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폐교의 직접적 이행 당사자인 학부모가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폐교에 찬성한다면 폐교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어촌 학교는 교육의 장뿐만 아니라 마을의 구심점이자 공동화를 막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교육청이 힘을 모아 소규모 학교 교육과정(체육대회·방과후학교 등) 공동운영이나 교과(영어·수학 등) 중점 중학교 운영 등과 같은 농어촌 학교 유지 방안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30∼40대 젊은 부부의 귀농·귀촌을 확대할 수 있도록 농촌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규모 학교를 어느 정도 학생이 있는 학교와 묶어 분교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인 수업은 학교별로 하고 체육대회같이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는 함께 모여 하면 행정 비용도 절감되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