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설 앞, 인삼 관련 오해 부추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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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A씨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홍삼·인삼은 먹지 않아 제품들을 집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인삼과 홍삼을 먹지 않는 예를 들면서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는 이유를 떡하니 적어놓은 것이었다.
인삼이나 홍삼이 열을 올리는 '승열(昇熱)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됐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도 정작 정부에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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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A씨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홍삼·인삼은 먹지 않아 제품들을 집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16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낸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재판매 권고’ 보도자료를 보는 순간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삼과 홍삼을 먹지 않는 예를 들면서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는 이유를 떡하니 적어놓은 것이었다. 인삼이나 홍삼이 열을 올리는 ‘승열(昇熱)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됐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도 정작 정부에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국민에게 알리는 공식자료에까지 잘못된 정보가 버젓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기사를 접한 인삼농가들도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한 농가는 “인삼과 홍삼은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는데, 설을 앞두고 정부기관에서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배포해도 되는 거냐”며 “인삼과 홍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규탄했다.
인삼 생산자단체들은 곧바로 국무조정실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담당부서에 문의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한 생산자단체는 의견서에서 “인삼·홍삼의 승열 작용과 관련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도움을 줘야 할 정부기관에서 과학적 근거 없는 사례자의 언급을 그대로 인용해 오해가 재확산될 빌미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보도자료의 문구는 조용히 수정됐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는 문구가 ‘기호에 맞지 않아’로 고쳐졌다. 하지만 언론 매체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홍삼을 먹지 못한다’는 글이 연이어 나간 후였다.
그동안 인삼업계는 인삼과 홍삼이 승열 작용과 연관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여러번 강조해왔다. 2015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와 2018년 고려인삼연구 중앙연구소 등은 임상시험을 통해 인삼이 발열이나 부작용으로 인식할 만큼의 체열 증상을 발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강기능식품의 개인간 재판매가 가능해지면 잘못된 보관방법과 안전성 등의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인삼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단체와 연구기관이 힘겹게 쌓아온 우리 인삼의 명성을 어떻게 하면 잘 지켜나갈 수 있을지 다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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