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대안 ‘유기농업’ 확산…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세계 각국 탄소배출 감축 추진
농식품부, 관련 사업 되레 축소
친환경농업직불금 7년째 동결
“중요성 인식 키우고 지원 필요”
스위스 다보스에서 최근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석학들은 올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으로 ‘기상이변’을 꼽았다. 이상저온·가뭄·폭우 등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건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깊다. 각국이 탄소감축을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 등에선 유기농업이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수년째 친환경농업이 위축되는 형국이다.
정부는 ‘제5차(2021∼2025년)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서 2025년까지 친환경농업 인증면적 비율을 전체 재배면적의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2022년 기준 친환경인증 면적은 7만127㏊로 2020년(8만1827㏊)을 기점으로 내리막 추세다. 2020년 5만9249가구였던 친환경인증 농가도 제5차 계획이 시작된 2021년 5만5354가구, 이듬해인 2022년 5만722가구로 1만가구 가까이 감소했다. 유기농업은 비료·농약 등 합성된 화학자재를 쓰지 않고 유기물·미생물 등 천연자원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친환경농업이다. 국내에서는 유기농산물에 더해 무농약 농산물까지 친환경농산물로 분류한다.
친환경농업이 기를 펴지 못하는 원인으로 높은 생산비와 판로 확보 난항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말 내놓은 ‘2022년 친환경농업 소득조사’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판매소득은 일반 농산물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aT는 “친환경농산물은 방제비·고용비 등 생산비가 많이 들어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대형 유통업체에 일반 농산물 수준으로 물량을 조달할 수 없어 판로가 한정적이라는 한계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친환경농업 관련 사업이 축소돼 농가의 설 자리는 더 위태로워졌다. 농식품부가 추진했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친환경인증 농가는 판로를, 수혜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아 만족도가 높았지만 중단됐다.
당시 농식품부는 두 사업을 취약계층에게 농식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농식품바우처사업과 통합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농식품바우처사업은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두 사업을 어떻게 포함할지는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영양플러스사업’과 성격이 비슷해 연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광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중단된 지원사업이 어떤 사업에 포함되는지, 나중에 재개되긴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이후 동결된 친환경농업직불금도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업직불금을 임기 내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는 논 기준 유기 1㏊당 70만원, 무농약 50만원으로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회도서관이 최근 내놓은 ‘프랑스의 유기농업 육성정책 추진현황’에 따르면 프랑스는 학교·병원 등 단체급식의 유기농 식자재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유기농가에 직불금은 물론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친환경농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프랑스 유기농업 경지면적 비중은 2010년 3%에서 2022년 10.7%로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유기농산물 생산자도 1만8282명에서 5만9412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은 한층 강조될 전망이다. 다보스포럼이 최근 내놓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4’에서 전문가 1490명의 66%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극단적 날씨를 꼽았다. 친환경 실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EU가 일부 분야 수입품에 적용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를 농업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장은 “유럽·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기농업을 권장하고 체계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을 높이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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