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윤동희 "작년엔 공 맞히기에 급급해…올해는 내 스윙 휘두르겠다"
"KS 우승하면 얼마나 기쁠까…욕심이 커진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윤동희(21)의 성장은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2023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얻은 소득 중 하나다.
루키 시즌이던 2022년에 1군 무대에서 겨우 4경기만 뛰었던 윤동희는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지원했다가 탈락했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2023시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 주전으로 도약했고, 107경기에서 타율 0.287에 111안타 2홈런 41타점 4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87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전리품을 앞세워 당당히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이의리(KIA 타이거즈)의 대체 선수로 야구대표팀에 발탁된 윤동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0.435에 10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쳐 금메달 수확에 일조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참가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단 한 시즌 만에 윤동희는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자신의 힘으로 야구 인생도 바꿨다.
윤동희는 "앞으로 계속 야구를 하겠지만, 2023시즌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1군에서 계속 남아 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쁘다. 1군 주전에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까지 솔직히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며 "좋았던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롯데 선수 중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윤동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윤동희는 "솔직히 운도 많이 따랐다. 내가 쳤던 안타 중에선 행운의 안타가 꽤 많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1년차까지 노력하고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보상은 지난해 충분히 다 받았다"며 "올해는 전혀 다른 시즌이다.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육상선수 출신으로)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도 아들의 활약에 많이 기뻐하셨지만, 마냥 칭찬만 해 주시진 않았다. 잘하더라도 절대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라'는 부모님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고 운동해 왔다"고 덧붙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도 타격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지만, 윤동희는 부족한 것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1군 잔류를 위해) 나를 증명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내 스윙을 하지 못하고 투수의 공을 맞히는 데 급급했다. 너무 여유가 없었다"며 "지난해 많은 걸 경험하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올 시즌에는 타율 등 개인 기록에 대한 목표가 없다. 내 스윙을 유지하며 한 시즌을 마치는 걸 목표로 세웠다. 그렇게 해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이 새로 부임한 롯데는 오는 31일 괌으로 출국해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윤동희도 소집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지난해 캠프에선 너무 더워서 애를 먹었는데 이를 잘 이겨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새롭게 오셨으니 새 분위기에 잘 적응해야 한다. 그래도 즐거운 캠프가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캠프에 가기 전까지 탄탄하게 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도 흘리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허벅지를 다쳤는데)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병행하며 부상 부위에 대한 보강 운동을 하면서 신체 균형이 잘 잡히도록 했다. 또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느꼈다.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다 보면 체중이 83㎏까지 감량됐는데, 시즌 개막 전에 9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윤동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짜릿한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표팀과 우승을 해본 만큼 이번엔 롯데와 정상에 오르는 걸 희망하고 있다.
윤동희는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뻤다. (단기 대회가 아니라) 팀당 144경기를 치르고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우승한다면 그 기쁨은 얼마나 더 클지 상상이 안 된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진다"며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포스트시즌에 꼭 오르기 위해 롯데의 모든 선수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나 역시 팀이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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