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16강→요르단-말레이에 비기는팀'까지 10개월, 클린스만 '쾌속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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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월드컵 16강에 오른 팀을 FIFA랭킹 130위와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현재 FIFA랭킹 7위 포르투갈, 11위 우루과이 등 강호들이 모여 있던 조에서 월드컵 16강을 이룬 대표팀은 클린스만 신임 감독 체제에서 87위 요르단,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기는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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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1년 전 월드컵 16강에 오른 팀을 FIFA랭킹 130위와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그걸 약 10개월 만에 이룬 이가 바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8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3차전 말레이시아와 맞대결에서 3-3으로 비겼다.
한국은 승점 5의 E조 2위가 되며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을 치르게 됐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확보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중원을 책임진 황인범과 이재성이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을 보여줬다. 이어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정우영이 헤더골을 터뜨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6분 전방 압박으로 페널티박스에서 공을 탈취한 말레이시아는 파이살 할렘의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말레이시아는 이후 한국을 몰아붙였고 후반 13분 설영우가 페널티박스에서 파울을 범했다. 아리프 아이만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페널티킥 득점을 터뜨렸다. 말레이시아는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후반 38분 이강인이 박스 앞 왼쪽에서 왼발로 찬 프리킥이 골키퍼 손과 크로스바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 상대 자책골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페널티킥까지 터진 한국이 3-2로 역전했지만 추가시간 15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3-3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해 12월, 한국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 등 쟁쟁한 강호들과 같은 조에 배정됐고, 물고 물리는 경쟁을 펼친 끝에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갔기에 감동은 더욱 컸다.
'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3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했다. 클린스만은 지난 9월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1-0 승리로 대표팀 감독 부임 후 6경기(1승3무2패) 만에 첫 승을 거뒀다. 31년의 대표팀 전임 감독제 역사를 가진 한국 축구에서 첫 승까지 가장 오랜 기간 걸린 감독이 됐다.
물론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전 첫승부터 아시안컵 전 이라크와의 평가전까지 6연승을 거뒀지만 냉정하게 한국이 전력상 불리한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아시안컵이라는 실전을 앞두고 연승으로 분위기는 좋았지만, 실전에서도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3-1로 이기며 순항하나했던 한국은 요르단전 2-2 무승부에 이어 충격의 말레이시아전 3-3 무승부로 '조 2위' 16강 진출팀이 됐다. 당연히 조 1위를 차지할 줄 알았던 클린스만호의 굴욕.
현재 FIFA랭킹 7위 포르투갈, 11위 우루과이 등 강호들이 모여 있던 조에서 월드컵 16강을 이룬 대표팀은 클린스만 신임 감독 체제에서 87위 요르단,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기는 팀이 됐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이날 경기 이후 '조별리그 무패'라는 사실을 높게 평가하는 등 여전히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축구가 10개월 만에 '월드컵 16강 국가'에서, '말레이시아와 비기는 팀'이 됐다. 사우디와의 맞대결 전까지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우승은커녕 조기 탈락의 굴욕을 맛볼 수 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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