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집권 땐, 동맹들 더 내고 더 희생해야”

김은중 기자 2024. 1.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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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약집’ 제작 총괄한 폴 댄스 인터뷰

“미국의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지금보다 더 역할을 하고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공정한 것이다. 국방비를 충분히 쓰고 준비 태세도 잘 갖추어 스스로 전쟁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국·러시아·북한 같은 글로벌 위협에 함께 대처할 수 있지 않겠나. 트럼프 정부 2기에선 동맹의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선의 첫 두 경선에서 최근 잇따라 승리하며 대세론이 굳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폴 댄스(Dans) ‘프로젝트 2025′ 총괄 디렉터는 지난 18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해를 최우선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댄스 디렉터는 변호사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 1기 때 연방인사관리처(OPM) 수석보좌관, 주택개발부 고문을 지냈다. 대선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2021년 일으킨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에도 트럼프를 옹호하고 곁을 지킨 충성파 측근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2025′는 보수 정부의 재집권에 대비해 미리 정책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자는 취지로 2년 전 출범했다. 미 보수 진영 핵심인 헤리티지재단을 중심으로 80여 개 싱크탱크, 전직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 시민사회 인사 등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보수를 자처하는 개인 후원자들의 기부로 조성된 2200만달러(약 294억원)가 재원이 됐다. 지난해 4월 차기 보수 정부의 과제를 집대성한 900쪽짜리 보고서 ‘리더십을 위한 지침: 보수의 약속(Mandate for Leadership: The Conservative Promise)’을 펴냈다. 사실상 ‘트럼프 공약집’으로 통해, 트럼프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온 후 각국 당국자들이 꼼꼼히 분석 중인 보고서다. 댄스 디렉터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혼란과 불협화음의 연속이었지만 이번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보고서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노릇을 할 필요가 없고, 하더라도 동맹에 정당한 비용과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는 미 보수의 생각이 곳곳에 녹아 있다. 댄스 디렉터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러 전장(戰場)에 발을 담갔지만 목표와 전략이 없었다”며 “막상 그 나라는 받아들일 생각도 없는데 ‘국가 건설’이나 ‘민주주의 정착’ 같은 그릇된 개념에 기반한 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리가 벌인 모험”이라 표현하며 “많은 돈과 자원을 썼는데 정작 미국인들에게는 도움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2021년 조 바이든 집권 후 불법 이민자가 급증해 공화당이 이 문제를 대선 이슈로 쟁점화하고 있는 가운데, 댄스 디렉터는 “이런 것(불법 이민자 통제)이 우리가 우선순위를 둬야 할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했다.

‘보수의 약속’ 보고서에는 미국의 국방 전략에 대해 “단순히 동맹을 돕는 것을 넘어 군사비 부담을 공유하도록 강하게 독려해야 한다” “국방 전략 성공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더 많은 지불을 필요로 한다”고 돼 있다. “미국이 ‘민주주의 무기고’로서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동맹들이 국방 물자를 미국에서 조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나온다. 또 중국의 군사력 부상을 ‘가장 임박하고도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동맹들이 미국과 함께 (중국과의) 대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국 스스로의 방어’를 강조했다.

폴 댄스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동맹국의 군비 축소는 미군 사상자의 희생을 통해 이뤄졌다”며 “대만 등 우리의 동맹을 저버리는 건 엄두를 못 낼 일이지만 (동맹에 대한 조력은) 미국 국민들이 감내 가능한 수준의 비용과 위험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의식해, 2026년부터 적용될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에 연내 조기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의 약속’은 한국도 여러 차례 언급한다. 남·북한의 차이를 들어 정책과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미국이 약 365억달러의 무역 적자(2022년도 회계연도 기준)를 본 나라로도 기술한다. 댄스 디렉터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great regard)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위험한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영감을 주는 미국의 민주주의 핵심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다음 보수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 더 집중하며 한국·일본·호주 같은 핵심 동맹들과 협업을 늘릴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미래에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한국 기업들은 다음 4년 동안 벌어질 일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기사 B7·B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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