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마약’ 쓰지 말라 권고에 “대마리카노·마약김밥名 바꿀 것”

오주비 기자 2024. 1. 2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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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목소리 들어보니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마약김밥’ 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오주비 기자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메뉴판에 ‘대마리카노’라는 음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마+아메리카노’라는 뜻이다. 환각 성분을 없앤 대마 씨앗 추출물과 커피 원두를 섞어 만든 것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카페 사장은 “‘대마’라는 명칭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부터 마약 근절을 위해 음식점 상호와 제품명 등에 마약·대마·코카인처럼 마약 관련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권고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환각 성분이 없어) 합법적인 대마 씨앗 성분을 넣지만 (식약처가 밝힌 대로) 간판과 제품명을 바꾸는 비용을 지원해준다면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마약 김밥’으로 유명했지만 더는 ‘마약’이란 이름을 넣지 않기로 했다.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24일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으로 통하던 시절에는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이 그만큼 맛있다는 의미를 전하는 홍보 효과가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마약으로 사회가 워낙 난리다 보니 마약 김밥이라고 하면 오히려 안 좋게 보이고 마약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문제가 있어 상인들이 시장에서 ‘마약’ 글자를 없애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광장시장 상인회는 회의를 통해 간판 등에 적혀 있는 ‘마약’ 글자를 모두 없애기로 결정하고, 대체할 단어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간판과 메뉴판에 ‘마약’이 적힌 점포는 모두 28곳인데, 해당 글자를 스티커 등으로 가리거나 간판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만큼 식약처 권고와 별개로 ‘마약 용어 근절’ 쪽으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광장시장에서 ‘마약 김밥’을 처음 내걸었다는 유모(63) 사장은 “다들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맛이 있어서 찾아오는 것”이라며 “그래서 마약 김밥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는 게 크게 서운하지도 아쉽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마약 김밥이 적힌 큰 간판이 원래 5~6개 있었는데 조금씩 줄이기 시작해 지금은 2개만 남았고, 이것도 곧 교체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분식집 사장 김모(43)씨도 “어린아이들이 지나가면서 ‘김밥에 마약이 들었대’라고 말하는 걸 듣곤 하는데, 아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고 마약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 마약 김밥이라고 하지 않는 것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의 한 카페 입구 벽면에 대마리카노(대마+아메리카노), 햄프씨드 케이크 등 제품명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오유진 기자

불만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단속하지 않고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 사장은 “마약 범죄는 저지른 범죄자들 잘못인데 마치 식당이 잘못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 같다”며 “배달 서비스를 주로 하는데 간판명을 바꾸면 (배달) 플랫폼에서 가게 인지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고객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떡볶이 가게 직원은 “식약처 권고 취지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체인점이라 가게 간판이나 메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의 국밥 가게 사장은 “권고 사항인데 가게 이름과 간판을 강제로 바꿀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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