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양승태, 5년 만에 1심 선고...'직권 남용' 인정될까

김철희 2024. 1. 2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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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가 오늘 이뤄집니다.

범죄 사실만 47개에 달할 만큼 혐의가 방대해 무려 5년 만에 1심 재판 결론이 나오는 건데요.

김철희 기자가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가 진보 성향 판사들을 압박해 사법 개혁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대법원이 비판적 판사들을 별도로 관리했다거나 중요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법 농단' 의혹으로 비화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가담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양승태 / 前 대법원장 (지난 2018년) :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이든 간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검찰은 반년 만에 양 전 대법원장 신병을 확보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한동훈 /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지난 2019년) :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기소 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들 가운데 핵심은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입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심 재판'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고법원 도입 등 역점 사업을 관철하려 했다는 건데,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이 거래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또,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판사들을 탄압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현직 판사가 연루된 비리를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 등도 받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 대부분을 양 전 대법원장이 부동의 한 데다,

재판 도중 폐암 수술까지 받으면서 1심 결론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 사이 '사법 농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현직 판사 10명 가운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만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담당 재판부 외엔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며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받는 등,

법원은 '직권 남용'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직권' 자체가 없으니 이를 '남용'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양 전 대법원장의 직무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유무죄를 가를 주요 쟁점으로 꼽힙니다.

공판만 277차례 열린 5년간의 마라톤 심리 끝에 한때 사법부 최정점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편집 : 강은지

그래픽 : 김진호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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