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학생이 국회의원 테러...“평소 단톡방에 정치글 올려”

신지인 기자 2024. 1. 2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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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배현진 강남서 피습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안에서 중학생 A(15)군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머리를 돌로 가격하는 모습. 배 의원은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배현진 의원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 A(15)군에게 습격당했다. A군은 배 의원의 머리를 겨냥해 돌로 10여 차례 가격했다. 경찰은 A군의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에 이어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배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1층에서 A군에게 습격당했다고 밝혔다. A군은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총 17차례 내려쳤다. 배 의원의 수행 비서가 주차장에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배 의원 측이 공개한 해당 건물의 감시카메라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배 의원과 마주친 A군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어 신분을 확인한 뒤 갖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A군은 배 의원이 쓰러진 이후에도 머리를 10여 차례 때렸다. 배 의원의 “살려주세요” 비명을 듣고 나온 식당 직원이 A군을 말렸지만, A군은 배 의원 머리를 겨냥해 계속 돌을 휘둘렀다. 배 의원 측은 “가격에 사용된 돌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내려쳤다”고 했다. A군은 인근 중학교의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범행은 단순 폭행 수준을 넘어섰다”며 “정확한 동기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A군의 지인들은 “A군은 평소 정치 관련 글과 영상을 소셜미디어나 단체 채팅방에 올리곤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 등원해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본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 직후인 오후 4시 15분에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쌍특검법’ 재표결을 촉구하는 규탄 대회에 참석했다. 오후 4시 40분 규탄 대회가 끝난 뒤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동한 배 의원은 해당 건물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봤다고 한다.

A군의 모습은 이날 오후 4시 35분쯤 사건 현장 근처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인근을 배회하던 A군은 오후 4시 50분쯤 범행 현장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했다.

범행은 오후 5시 15분쯤 일어났다. 배 의원 측 관계자는 “수행 비서가 배 의원 피습을 알고 뛰어와 A군을 붙잡았다”며 “A군은 도망가지 않고 현장에 서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오후 5시 17분쯤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했고, 오후 5시 26분쯤 경찰이 출동해 A군을 연행했다. 앞서 현장에 있던 배 의원 측 관계자는 경찰에 “가해자가 돌로 찍었고, 피해자가 후두부를 다쳐 피를 흘리고 있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을 현장 체포했고, 흉기로 사용된 돌은 지퍼백으로 수집했다.

본지가 확보한 현장 인근 건물의 감시카메라 영상에 따르면, A군은 체포 직후 수갑을 찬 채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경찰의 말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의자 진술을 받고 있지만 횡설수설하는 상태”라고 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부모의 동의를 받은 뒤 진행될 예정이다. A군의 한 지인은 “A군이 평소 ADHD(주의력결핍장애)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A군이 배 의원의 동선을 어떻게 알았는지, 범행 도구인 돌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규명하고 있다.

25일 오후 5시 15분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 A(15)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 A군은 배 의원의 신분을 확인한 뒤(왼쪽 사진) 배 의원을 돌로 가격했다(가운데 사진). A군은 배 의원이 쓰러진 이후에도 수차례 머리를 내려쳤다(오른쪽 사진). 배 의원이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인근 식당 직원들이 나와 A군을 제지하기도 했다. /배현진 의원실

배 의원은 사건 직후 구급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는 응급 처치 후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순천향대 신경외과 박석규 교수는 브리핑을 열고 배 의원의 상태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응급실에 왔을 때 의식은 명료했고 출혈은 심각하지 않아서 CT 촬영을 한 뒤 응급 치료했다”며 “골절이나 큰 손상은 없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열상이 1㎝였고, 스테이플러로 두 번 봉합했다”며 “뇌진탕 증세가 보이며 놀라서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배 의원이 둔기에 맞고 넘어지면서 머리가 땅에 부딪혔는데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경외과에서 진료했다”며 “MRI 촬영 뒤 뇌손상이나 출혈이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CT상에는 뇌에 피고임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눈 주위랑 안면에 긁힌 상처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범행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또다시 벌어진 정치인 대상 테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에서 김모(67)씨로부터 칼로 목 부위를 찔렸다. 김씨는 이 대표가 다닌 행사장을 6차례 따라다니며 범죄를 사전에 계획했고, 범행 전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래픽=김성규

15세인 A군은 형법상 형사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9조 1항은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또는 관할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는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형사처분 필요성에 따라 검찰에 송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 대표 습격 사건의 모방 범죄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인들에 대한 테러 행위를 접하면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마음에 모방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커질수록 이런 유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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