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내팽개치고 자기 이익만 챙긴 국회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대표)의 사직안,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정의당의 현재 의석수(6석) 지키기,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표(票)가 되는 영호남의 짬짜미 숙원 사업 처리가 그 본질이다. 반면 83만 소상공인을 예비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는 무산돼 27일부터 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국민과 민생은 실종되고 당리당략, 야합만 판치는 국회의 민낯을 보여준 하루였다.
이날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오른 이은주 의원의 사직안은 재석 264명에 찬성 179명으로 처리됐다. 그는 전날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5월 29일) 120일 전인 이달 30일 이후부터는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해도 의원직 승계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악용해, 정의당이 의석 1석을 잃지 않도록 사퇴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는 현역 의원들이 늘어날 경우 현재 정의당의 ‘기호 3번’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철저히 ‘정의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꼼수 사퇴지만,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정략적 판단에 편을 들어줬다. 국회가 국회법과 선거법을 무력화하며 유권자를 우롱한 것이다.
이어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은 압도적 찬성(재석 216인에 찬성 211인)으로 통과됐다. 달빛고속철은 6조원이 넘게 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지만, 하루 이용객이 1만명도 안 돼 사업성·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영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의기투합했고, 여야 의원 261명이 이 특별법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 사상 최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1999년 논의가 시작됐으나 낮은 경제성 탓에 계속 후순위로 밀리다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운임 수입으로는 시설 유지도 불가능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고위 당정을 통해 “달빛철도 건설이 경제적 가치와 비견할 수 없는 영호남 화합과 소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징역이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이날까지 여야 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5인 이상을 고용한 동네 빵집, 카페, 찜질방 등 83만여 곳이 새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법 시행을 2년 더 미뤄달라”는 영세 업체들의 절규는 묻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또다시 2년간 아무 조치 없이 유예한다면 산업 현장의 안전은 2년 후에도 이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응하지 않았고, 양측은 본회의 도중에도 이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다만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다음 달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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