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7년… 지역농협 말단서 206만 농민 대표로

강우량 기자 2024. 1.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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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선출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져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신임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조합장이 연단에 올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태경 기자

206만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지역농협 말단 직원으로 시작한 강호동(61) 경남 합천 율곡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 그는 두 번의 도전 끝에 회장에 올랐다.

강호동 신임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강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245표 가운데 607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623표)엔 16표 못 미쳐, 2위 득표자(327표)인 조덕현(67) 충남 동천안농협조합장과 2차 결선 투표를 치렀다. 여기서 강 회장은 781표를 얻어 당선에 성공했다. 강 회장은 2016년 이후 8년 만에 영남 지역에서 나온 회장이다. 강 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오는 3월 정기총회 이후 시작된다.

강 회장은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한 뒤, 37년 가까이 농협 생활을 이어 왔다. 입사 10년 만인 1997년 율곡농협 상무로 승진했고, 2006년 조합장까지 올라 내리 5선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통상 50~60대에 오르는 조합장 자리를, 그는 43살에 꿰찼다. 그만큼 조직 장악력과 업무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농협 안팎에서 나온다.

강 회장이 율곡농협 조합장에 처음 당선됐을 때 율곡농협은 중앙회에서 다른 곳과 합병을 권고하는 대상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강 회장은 율곡농협에서 전국 최초로 농협이 직접 농사를 지어 판매와 유통까지 책임지는 ‘생장물 사업’을 시도했다. 여기에 수출용 아이스딸기 판매도 전국 최초로 시도했다. 10년 전부터는 파종과 수확 등 농번기에 일손을 늘려 주는 농작업 대행 사업도 추진해왔다.

그 결과 강 회장이 임기를 맡을 때 200억원에 불과했던 율곡농협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2500억원으로 커졌다. 2018년엔 율곡농협 직원 21명이 400억원이 넘는 경제사업 실적을 거두며, 직원 1인당 경제 사업량이 20억원에 육박해 당시 전국 평균인 6억원을 크게 넘어서기도 했다. 농협 관계자는 “율곡농협은 조합원 규모 1000여 명의 1개 면 단위 작은 조합이지만, 꾸준히 강소(強小)농협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농민신문 이사와 농협중앙회 이사,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등을 거치며 2020년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강 회장은 이번에 두 번째 도전에서 농협중앙회장으로 올라섰다.

이번 선거에서 강 회장은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와 도농 조합 간 상생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무이자자금 20조원을 조성해 지역 농·축협에 20억~500억원씩 지원하고,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은행 같은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도농상생기금 조성 2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농협경제지주의 지역 조합 지도 기능을 중앙회로 편입해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경제·금융·교육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을 중앙회에 신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강 회장은 당선 소감을 통해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전국 1111개 조합의 조합장 전원이 투표하는 ‘조합장 직선제’로 진행됐다. 이날 전체 조합장 1111명 가운데 5명을 제외한 110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에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조합의 조합장은 2표를 행사하는 ‘부가의결권’도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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