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KTX 오송역 택시 유감
한파(寒波)가 닥친 24일 오전 출입처인 정부세종청사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추위 탓인지 지하철이 연착됐다. 몇 차례 승차권을 뒤 시간으로 바꿨지만 결국 10시 전에 출발하는 KTX는 타지 못했다. 오송역에 내려도 세종청사까지 버스로 20분은 더 가야 했다. 버스가 바로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미 30분 미룬 점심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택시밖에 방법이 없었다.
오송역에 내린 후 정류장에 서 있던 택시를 바로 탔다. 퀴퀴한 택시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탑승 시각은 오전 11시 36분. 한창 달리는데 미터기 요금이 이상했다. 100원이 아니라 135원씩 올라갔다. “청주 택시는 돈이 135원씩 올라가느냐”고 기사에게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턴 또 요금이 달라졌다. “청주시에서 세종시로 진입해서 그렇다. 요금 체계가 조금 복잡하다”고 기사는 설명했다.
택시는 19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택시 요금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6.83㎞ 이동하는 데 2만4300원. 택시 앱(APP)을 뒤져 몇 달 전 세종청사에서 오송역 갈 때 낸 요금을 찾아보니 2만원이었다. 아무리 택시 요금이 올랐다고 해도 그 새 20% 인상이 말이 되나 싶었지만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일단 영수증만 챙겨 내렸다. 서울~오송 KTX 요금이 1만8500원인데 이보다 30% 가까이 비싼 돈을 내고 세종으로 들어간 것이다.
혹 속은 게 아닌가 싶어 알아보니 ‘복합할증’이란 게 있었다. 청주시에선 과거 청원군이었던 지역의 읍·면에 들어서면 ‘시간 34초, 거리 137m’당 135원을 받는다고 했다. 일반 요금보다 35% 비싼 것이다. 오송역이 위치한 곳은 ‘오송읍’이라서 세종청사로 가는 청주 택시를 타면 이렇게 할증이 붙는다고 했다. 읍·면 단위는 동 지역보다 손님이 적어서 할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하루 평균 2만7000여 명이 이용하는 오송역을 일반적인 읍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납득하기가 쉽진 않다. 사실상 세종시 가는 사람들을 겨냥한 ‘정부세종청사 할증 35%’란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작년 KTX 오송역 연간 이용객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과천에서 세종으로 정부청사 이전이 시작된 2012년과 비교해 12년 새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청주가 제법 큰 도시인 이유도 있지만 이용객 증가엔 세종청사 영향이 절대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이 문을 열면 이용객은 더 증가할 것이다. 세종시에 들어가기 위해 길에서 왕복 40분을 허비하고, 버스비나 택시비를 필수로 지불해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출퇴근을 어렵게 한다며 애매한 곳에 KTX 역을 둔 결과, 세종시로 가는 모두가 불편한데 청주시와 청주 택시기사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KTX 세종역이 생기지 않는 한 계속될 비효율이다. 청주시에서 세종역 추진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오송역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한 정책들을 고안해보면 어떨까. 심야도, 산간벽지도 아닌데 행정구역상 읍이라고 요금을 35% 더 내라는 ‘복합할증’ 같은 제도부터 손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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