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세상에서도 K콘텐츠를 선두에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2024. 1.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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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매우 이례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콘퍼런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지털 할리우드(Digital Hollywood)’ 세션에서 할리우드 현업 창작진들이 직접 토론자로 나선 것이다. 주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콘텐츠 산업.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로부터 촉발된 스트리밍 시장의 지각 변동과 할리우드의 AI·OTT 관련 파업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챗GPT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영향력에 대한 콘텐츠 산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되는 장면이었다.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All Together. All ON).’ CES 2024가 내건 슬로건이다. 기술을 전 산업 분야에 적용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CES 2024를 관통한 핵심 기술은 단연 생성형 인공지능이었다. 생성형 AI는 부지불식간에 자동차, 가전, 금융 등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 범용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의 급격한 성장은 콘텐츠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CES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스타트업 오노마 에이아이는 웹툰 제작자를 위한 콘티 제작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인디제이는 AI가 사용자 상황과 감정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음악을 추천하는 플랫폼을 개발했고, 포바이포는 딥러닝 기반 화질 개선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모두 K콘텐츠와 AI의 전면적인 융합을 예견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콘텐츠 산업에서 하나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AI 기술이 K콘텐츠에 위기가 될 것인지, 기회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K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급격한 기술 환경 변화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첨단 기술로 K콘텐츠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문화 기술은 콘텐츠 창‧제작 및 유통과 서비스 전 과정에 걸쳐 가치를 더하는 핵심 기반으로, 2001년부터 국가 6대 핵심 기술에 포함돼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콘텐츠 산업과의 발전적 융합을 선도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 기술을 융합한 문화 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AI 관련 기술 개발 수요를 적극 발굴해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펼칠 수 있도록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생성기술과 AI 기반 자유 편집 및 영상 합성 기술 등을 개발한다. 또한 초고해상도 화면 K팝 영상 처리 기술 등 AI가 콘텐츠 산업의 전 가치 사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AI 시대 K콘텐츠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특히 기술 발전과 창작자 보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도록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AI 활용에 따른 저작물 이용 시 보상 체계나 산출물 보호 여부 등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다. AI로 제작한 콘텐츠의 유사도 비교·원본 추적 등 저작권 보호 기술 개발도 지속한다.

K콘텐츠는 2022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150조4000억원)과 수출액(132억4000만달러)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할 시점이다. 문화 기술 선도를 통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AI 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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