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도 택배노조 손들자… 산업계 “노란봉투법 부활하나”

송혜진 기자 2024. 1.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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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 재계 긴장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개인별로 계약을 맺어 노무를 제공하고 수당을 받는 형태의 근로자)인 택배기사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2심 판결에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고,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자에 대한 무리한 교섭 요구와 무분별한 파업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모든 기업의 노사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게 돼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대기업은 특수고용 계약 관계를 통해 노동자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국회는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픽=이철원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 확산, 소송전 우려”

서울고법 행정 6-3부(재판장 홍성욱)는 지난 24일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게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택배 회사인 CJ대한통운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 기사들의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위한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부다. 택배 회사와 택배 기사는 일반 기업처럼 직접적인 고용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2만여 명의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2000여 개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대리점은 다시 원청 업체인 CJ대한통운과 위탁·수탁 계약을 맺고 택배를 배송한다. 대리점별로 처리하는 물량과 집배송 구역도 다르다 보니, 대리점과 택배 기사들이 맺은 근로 조건이나 수수료율도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물류 작업장 환경 개선, 주 5일제 실시, 수수료 인상 같은 조건을 내걸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우리는 직접 근로 계약을 맺은 고용 당사자(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들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라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계 “노란봉투법의 부활…큰 혼란 발생할 것”

재계에선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CJ대한통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부분 기업 노사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투표했지만 결국 부결된 노란봉투법이 되살아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저지른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로 야당이 입법을 추진한 노조법 개정안이다. 개정안 2조엔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청 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임·단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판결로 산업 현장은 하청 노조의 원청 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 업체 한 임원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 기관도 청소 노동자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며 “예측하지 못했던 각종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존 법률과도 충돌”

이번 법원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될 뿐 아니라 현 노동법과도 충돌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청 기업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게 기존 대법원 판례다. 경총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와 법으로는 원청 기업이 하청 업체와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고, 하급심 법원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재판 결과에 따라 원청인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응해 택배 기사의 작업 시간과 수수료율 같은 계약 조건을 협의하게 되면 대리점과의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된다”며 “이는 대리점의 독립적인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하도급법과 파견법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해 무리한 법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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