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밥 불려 먹으려 끓인 밥국…그 시절 어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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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기도 한 정훈 문학평론가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눈'이라는 글에서 '위로'가 삶 가까이로 다가와 주었던 한 순간을 인문 무크지 '아크 제7호 - 위로'에 이렇게 기록했다.
민속학자·연극학자 심상교 부산교대 교수의 '밤을 밝히는 위로와 부끄러움에 대한 위로', 일본 규슈산업대 경제학부 류영진 교수의 '어떤 위로로 하시겠습니까? 일본 메이드 카페 관찰기', 문학평론가 박형준 부산외국어대 교수의 '향파 이주홍은 왜 친일을 고백하지 못했나' 등 다채로운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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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지건축의 인문 나눔 무크지
- 위로 주제 19인 필진 글 담아
시인이기도 한 정훈 문학평론가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눈’이라는 글에서 ‘위로’가 삶 가까이로 다가와 주었던 한 순간을 인문 무크지 ‘아크 제7호 - 위로’에 이렇게 기록했다. 이번 호 ‘아크’의 주제는 위로이다.
“용호동 오랜 주택가 마당이 딸린 조그만 집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매형과 누나와 여자아이, 그리고 나는 일요일 늦은 아침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매형은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어, ”얼마 만에 처남이랑 마셔보능가“ 하며, 오륙도에서 낚시로 잡은 고기 얘기며…추임새를 넣듯 거들던 누나는 무엇이 행복한지 매형에게 술 모자라면 말하라고 했다.
평생 가난했던 누나는 얼마 전 코로나 시기에 죽었고 매형은 참치 분해하는 일을 다시 시작했으며 여자아이로 표현된 조카는 태어날 때부터 지닌 장애에 여전히 시달리지만 살아가기 위해 도움도 받고 노력도 한다.
이승헌 동명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위로라는 주제를 ‘그늘’로 아주 인상 깊게 풀었다. 글 제목도 그냥 ‘그늘’이다. “공간에 있어서도 그늘을 읽어내고 표현하려 한 여러 건축가가 있었지만,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이는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다. 그는 공간을 접하자마자 느껴지는 고유한 그늘감을 일컬어 ‘분위기(Atmosphere)’라 불렀다.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가장 친근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가로서 숙원이었다. 위안이 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춤토르는….”
손택수 시인은 ‘나를 위로하는 사물과 음식과 시’를 기고했다. 여기에 ‘밥국’ 이야기가 나온다. 국밥이 아니다. 아주 아주 가난했던 시절, 모자란 밥을 최대한 부풀려 나눠 먹으려고 집집이 어머니들이 온 가족을 위해 끓여낸 음식이 밥국이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시장을 통과하던 어느 날이었다. 상인들이 길바닥에 내다 버린 시래기 잎을 줍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아주머니가 보였다. … 아기가 포대기 아래로 흘러내리는 걸 연신 추켜 올리면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그 여인은 ‘엄마’였다.
손택수 시인은 이렇게 글을 맺는다. “밥국은 내게 고백을 하게 한다. 상처와 위선과 내 안의 숱한 부끄러움을 마주하게 한다. 그것이 나를 구원하는 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밥국엔 국밥은 알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이 있다.”
부산의 상지건축이 인문 나눔 운동으로 펴내는 인문 무크지 ‘아크’ 제7호에는 필진 19인이 참여했다. 민속학자·연극학자 심상교 부산교대 교수의 ‘밤을 밝히는 위로와 부끄러움에 대한 위로’, 일본 규슈산업대 경제학부 류영진 교수의 ‘어떤 위로로 하시겠습니까? 일본 메이드 카페 관찰기’, 문학평론가 박형준 부산외국어대 교수의 ‘향파 이주홍은 왜 친일을 고백하지 못했나’ 등 다채로운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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