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학대당한 개와 노부부의 사랑 外
# 학대당한 개와 노부부의 사랑
내 식탁 위의 개- 클로디 윈징게르 장편소설 /김미정 옮김 /민음사 /1만8000원
프랑스의 유명 조형 예술가이며 소설가인 클로디 윈징게르는 올해 83세로 한국에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소개된다. 세상과 떨어진 숲속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늙은 부부 앞에 학대당한 개 한 마리가 나타난 뒤 두 사람의 일상과 마음의 변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2022년 페미나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인간에게 유린당한 개와 노부부 사이에 싹튼 감동적인 우정을 통해 종의 경계 너머로 확장되는 사랑을 그리는 한편, 노년이라는 시간과 기후 위기 시대의 세계에서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사유한다.
# 초등 교사가 쓴 학부모 지침서
오늘부터 저학년 학부모입니다- 송유진·최지원 지음 /청어림M&B /1만5800원
“한글을 안 떼고 입학해도 괜찮을까?” “편식이 심한데 급식은 잘 먹을 수 있을까?” “집에서는 잘하는데 왜 시험만 보면 실수할까?” “가족 여행도 출석으로 인정이 될까?” “생활 통지표의 ‘잘함’은 진짜 잘한다는 뜻일까?” 현직 초등 교사인 두 저자가 실제 학부모 상담에서 받는 질문을 모아 지역이나 학구에 상관없이 학부모들이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주제를 추렸다. 사소한 것 같은 질문,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 무성한 질문 등을 재구성하고 교육적 지침을 제시한다. 생활 습관, 교우 관계, 부모-자녀 관계, 진로 등.
# 생각보다 더 힘든 출산의 세계
출산의 배신- 오지의 지음 /박한선 감수 /에이도스 /1만7000원
초저출산의 시대이다, 출산 자체의 어려움부터 사회·경제적 맥락까지 원인 분석도 넘쳐난다. 이 책은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임신 수유 양육까지 전 과정을 개인 경험과 의학적 내용을 섞어 풀어낸다. 저자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더 힘들게 하는 장애물 네 가지를 지목한다. 낯설고 감당하기 힘든 몸과 마음의 전면적 변화, 의학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예측과 통제가 힘든 재생산의 세계, 기본적인 검진에서도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의 특성, ‘모성 신화’가 주는 부담이다.
# 詩는 누구나 읽기 쉬워야 한다
기다림은 곡선이다- 윤창명 시집 /푸른고래 /1만2000원
2003년 ‘창조문예’로 등단한 윤창명의 시집이다. 시 에세이집을 포함하여 14권의 책을 냈지만, 오롯이 시만 담은 시집은 처음이다.
울산 바닷가 마을이 고향인 시인은 열일곱 살 때부터 시를 썼다. 1988년 대학 시절에 만든 문학 동아리 ‘창작’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윤 시인은 시집 말미 산문에서 “이 시집에는 40년 넘게 시를 쓴 나의 시 인생이 담겼다”고 고백한다. 그는 점점 난해해지는 현대시는 독자에게 외면하고, 쉽게 쓰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윤 시인은 확장성이 있는 쉬운 시를 지향한다.
# 클림트 그림에 담긴 생로병사
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2만원
화려한 화풍과 도발적인 시도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에는 생물학적 도상이 숨겨져 있다.
해부학자이자 의사인 저자 유임주는 클림트를 ‘인간과 과학에 매혹된 예술가’라고 부른다.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 코드’가 있었다면, 19세기 말 빈에는 ‘클림트 코드’가 있었다. 클림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평생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클림트는 높은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그림에 정자와 난자 착상 임신 세포분열을 상징하는 요소를 빼곡히 새겨 넣었다.
# 160장 사진으로 본 ‘듄’의 세계
듄의 세계-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황금가지 /3만2000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이자 독자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SF 소설 ‘듄’의 최신 해설집. 우주 시대 인류 역사를 그린 ‘듄’ 연대기는 사막 행성을 배경으로, 철학 인종 종교 정치 문화 등을 담아낸 대하 SF이다. 프랭크 허버트는 1965년 듄 연대기의 첫 작품 ‘듄’을 발표했다. 6번째 작품 ‘듄의 신전’을 1985년 발표하고 1986년 사망했다. 이 책은 200종의 참고문헌과 프랭크 허버트의 인터뷰 등 ‘듄’의 집필에 영향을 끼친 모든 내용을 키워드로 구분해 설명한다. 160여 장의 사진 자료와 화보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 아빠의 가방엔 뭐가 들었어요?
가방을 열면- 이영림 그림책 /봄봄 /1만8500원
준우는 가방을 꼬옥 안고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간다. 아빠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 아줌마도,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도, 모두 가방을 들고 있다. 사람마다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마음을 담고 다니는지 상상해 보는 그림책. 이영림 작가는 가방을 여는 행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책 속에서도 가방을 열도록 기획했다. 준우의 가방을 한 번 열면 그 안에는 보이는 조개껍데기가 있다. 조개껍데기를 다시 또 열면 보이지 않는, 준우가 바라는 꿈이 펼쳐진다. 엄마 아빠와 바닷가에 가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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