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9] ‘中國’이라는 자부심이 흔들리나
‘가운데’와 ‘변두리’는 차별적 시선을 담은 언어다. 그래서 나온 나라 이름이 중국(中國)이다. “세계의 중심 나라”라는 자부가 담겼다. 그러나 한때는 지금 인도 지역이 이 ‘중국’이라는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다. 인도 북부에서 발흥한 불법(佛法)을 따라 배우고자 했던 중국 출신의 승려들에 의해서다. 이들은 석가모니가 탄생한 인도 북부 지역을 ‘중국’, 제가 자라난 지금의 중국을 ‘진토(秦土)’나 ‘한지(漢地)’로 적었다. 진(秦)나라 땅, 또는 한(漢)나라 영토 등의 뜻이다. 부처님 말씀을 좇으려는 구도자(求道者)의 입장에서는 인도 북부가 성스러운 땅이자 세계의 중심으로 비쳤던 셈이다. 종교적 역량의 크고 작음을 인정한 성찰의 결과다.
요즘 중국인들 상당수도 호칭에서는 ‘탈(脫)중국’이다. 당국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며 방벽을 집요하게 쌓는다고 해서 ‘담의 나라’라는 뜻의 장국(牆國)을 잘 쓴다. 늘 “우리가 대단해(厲害)”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여해국(厲害國)이란다.
웃자란 부추를 뜯어먹듯 국민들을 착취한다는 뜻에서 부추 나라, 구채국(韭菜國)이라는 이름도 나왔다. 통치 행위가 점점 북한 왕조를 닮아가니 아예 서쪽에 있는 북한, 서조선(西朝鮮)이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걸핏하면 국제사회를 향해 으르렁대는 외교관들이 많아 ‘싸움 늑대 나라[戰狼國]’, 공산당 권력 앞에는 누구나 설설 기니 ‘노예 나라[奴隸國]’, 의식수준이 나아지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고 해서 ‘몸집 큰 아기들의 나라[巨嬰國]’라고도 부른다.
현실의 문제점 또는 그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구도자의 입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다가 나온 호칭들일 수 있다. 국제사회의 신망을 더 잃으면 영문 국명인 차이나(China)의 어원 지나(支那)가 지금 이름 ‘중국’을 대체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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