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전북교육감 재판의 위증 문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증언에 앞서 선서를 한다. 수사기관에서의 거짓말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법정 증언은 다르다. 법원은 분쟁의 종결자이고 최종 판단자이기 때문이다. 위증죄 선서는 법정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폭행, 위증에 거듭되는 반전까지 ‘막장’적 요소가 두루 섞인 전북교육감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위증 사범의 처리 문제였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2022년 선거 방송 토론에서 과거 이귀재 전북대 교수를 폭행한 사실을 부인해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됐다. 과거의 폭행 여부가 재판 쟁점이 됐다. 그런데 경찰에서 “뺨을 맞았다”던 이 교수는 법정에서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 후 반전이 일어났다. 이 교수가 위증을 자백했다. 서 교육감 처남 유모씨로부터 부탁받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위증으로 구속 기소됐고, 위증교사범 유씨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유씨는 검찰 소환에 불응할 우려가 인정돼 이미 체포된 상태였다. 그러나 유씨 구속영장은 “범죄 성부(成否)에 다툼이 있고 방어권 보장의 필요가 있다”며 기각됐다.
유씨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서 교육감 1심 무죄 판결을 했던 노종찬 부장판사다. 구속영장은 일요일인 14일 오전 6시가 좀 넘어 청구됐다. 심사 일정은 이날 오후 3시에 잡혔다. 통상 휴일에 청구된 영장은 다음 날로 넘겨 영장 전담판사가 심사하지만 이날은 휴일 영장당직이던 노 부장판사에 의해 바로 심사가 이뤄졌다. 13일 밤 늦게 검찰이 법원 당직실에 전화해 “내일 오전 일찍 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해 법원 직원이 노 부장판사에게 연락했고, 노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3시로 심사 일정을 잡았는데 기록을 보니 위증교사 구속영장이었다는 것이다.
노 부장판사가 자신의 무죄판결과 배치되는 결과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 영장을 기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늦게라도 사건 내용을 알았다면 심사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었고 그게 더 바람직했다. 법적으로 1심 무죄판결을 했다고 위증 관련 사건의 영장실질심사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성에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의 재판 연기는 요즘 문제되는 정치적 사건들의 의도적 재판 지연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판사도 거짓말에 속을 수 있다. 작정하고 하는 거짓말을 당해내기는 어렵다. 핵심 증인의 말이 오락가락하면 무죄판결을 하는 일은 흔히 있다. 위증에 오염된 판결은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하면 된다. 하지만 절차의 공정성을 간과해 ‘무죄판결을 한 판사가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막으려 위증교사범 영장을 기각했다’는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 법원은 실제로 공정한 것 못지않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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