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붙고 올해 예약 꽉 찼다... AI 뜨자 SK하이닉스 활짝

유지한 기자 2024. 1.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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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영업익 3460억 호실적
그래픽=양인성

불황으로 신음하던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본격 반등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전환했고, 삼성전자 역시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생산량을 줄이며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작년 4분기에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 영업손실 1조9122억원을 기록한 뒤 이어진 1년간의 적자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다. 영업이익 규모는 증권가 추정치였던 60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만 7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올해 4조~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픽=양인성

◇HBM 매출 전년보다 5배 증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감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부터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상한 고객들이 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PC와 모바일 기기 생산업체들이 재고 축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27개월 만에 반등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비결로는 10여 년간 투자해온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 호조를 꼽았다. HBM은 AI 학습과 구동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올리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투자자 전화 설명회)에서 “지난해 4분기 AI 서버와 모바일용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 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특히 D램 최신 제품인 DDR5와 HBM 신제품인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수익성은 기존 제품보다 훨씬 높다. HBM 가격은 일반 D램의 2~3배, 개당 수익률은 D램의 5배가 넘는다. HBM 하나를 파는 것이 D램 5개를 파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고객사들의 주문이 빗발치면서 SK하이닉스가 올해 생산할 HBM은 이미 예약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가격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이익의 약 60%가 HBM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AMD와 공동 연구를 통해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업계 최고 성능 제품보다 속도가 4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비는 40%가량 낮췄지만 가격이 비싸 수요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으로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HBM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한국 반도체 다시 수퍼사이클 진입하나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 현재 HBM은 전체 시장의 50%를 SK하이닉스가, 4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양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 신제품(HBM3E)을 내놓고 HBM 설비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인 HBM4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HBM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HBM 수요 폭발이 한국 반도체 산업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HBM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고대역폭 메모리를 뜻한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이다. 일반 D램보다 가격은 2~3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산하는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2013년 처음 개발한 이후 현재 4세대인 HBM3가 상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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