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 물갈이, 배신의 시간이 됐다
4월 총선에서 제3지대 바람은 불까. 현 단계에선 분명히 우매한 질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선거판이 넓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거대 양당으로 구획되던 선거판에서 제3지대는 좁았다. 선택의 범위 밖에 군소 정당이 존재했을 뿐이다. 무소속 돌풍은 선거 초반 잠시 불다 사라졌다. 이번은 그 시작이 다르다. 거대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 등장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낙천자들이 비빌 언덕이다. 이런 총선 현상은 상당 기간 더 존재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제3지대를 넓히는 것은 물갈이 폭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우선 추천 기준을 정했다. 최근 국회의원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한 지역이다. 경기도의 민주당 바람은 2010년을 전후해 시작됐다. 2012년, 2016년, 2020년이 모두 민주당 승리 총선이었다. 59개 선거구에서 47.5%인 28곳이 해당된다. 여기를 전부 전략공천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전략공천 조건인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까지 더하면 30곳 이상에 달한다.
뿌리 내린 패배 유전자를 뽑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큰 폭의 변화 없이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그 대신 공천 후유증이 클 것이다. 기존 당협위원장 등 출마 예정자들의 반발이다. 연패의 책임을 말하는 이들은 적다. 모두가 힘들게 지역구를 관리해왔다고 한다. ‘당이 우리를 배신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승복 않고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무소속 고생 안 해도 된다.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이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는 변화의 폭이 좁다. 하지만 그 대상자의 정치적 영향력은 훨씬 크다. 이재명 대표와의 갈라서기로 탈당한 의원들이 그렇다. 9곳 정도에서 현역이 사라졌다. 전직 시장 등 지역 내 유력 인사들도 나갔다. 모두 ‘당이 배신했다’고 한다. 여기도 ‘이탈·탈락’ 후보군의 해방구는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비명계 의원들의 미래대연합이다. 초반 당세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이삭 줍기’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발 빠르게 변신해 제3지대 당에 자리를 꿰찬 인물들도 있다. 기존에 몸담았던 당을 향한 공격에 선두에 선다. 아예 상대 정당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당의 평가는 ‘저들이 당을 배신했다’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굳이 힘들여 구분할 것도 없다. 어차피 배신의 주체와 객체는 상대적 규정이다. 공천 안 주면 당이 배신한 거고, 당을 떠나면 당을 배신한 거다. 지금까지는 이런 읍소를 받아줄 제3지대가 넉넉해 이들 목소리를 확대시켜 줄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제3지대는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공천 탈락자들의 일회성 분풀이도 서서히 사그라든다. 이게 통상의 총선 공식이었다. 이번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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