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좋은 VC와 나쁜 VC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2024. 1. 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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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DHP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실리콘밸리의 딥테크 벤처투자사 a16z의 벤 호로위츠가 쓴 경영서 '하드씽'을 보면 '좋은 제품 관리자 vs. 나쁜 제품 관리자'라는 글이 나온다. 제품 관리자에 대한 기준이 없어 벤 호로위츠가 직접 썼다는 글이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읽힌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VC(벤처캐피탈)와 나쁜 VC를 구분하기 위한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과연 좋은 VC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좋은 VC는 투자수익률이 좋아야 하고 큰 운용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벤처투자의 본질은 결국 투자며 그 성과는 투자수익률로 말해야 한다. 투자하려면 투자금이 필요하고 투자금은 클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결과론적 이야기다.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왔는지도 중요하다.

두 번째로 필자는 시장 앞에 겸손한 VC가 좋은 투자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 투자자도 시장을 거스를 수 없으며 기회와 위험은 모두 시장에 있다.

특히 벤처투자 시장은 일종의 복잡계다. 다수의 스타트업과 다수의 VC로 구성됐으며 스타트업은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받기 위해, VC들은 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 시장은 투자사의 평판, 수익률, 운용자산과 스타트업 대표님의 성향, 투자사간의 경쟁, 그리고 우연과 인연까지도 작용한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가 견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바로 겸손함이라는 것을 배웠다.

또한 VC는 대표님들께 겸손해야 한다. 답이 시장에 있다면 그 답을 찾는 주체는 결국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님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겸손해야 한다. 대표님들은 투자사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훨씬 어려운 일들을 하는 분이다. 우리 회사는 의료 및 헬스케어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많은 자문을 드리지만 이것 역시 대표님이 주인공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좋은 VC는 포트폴리오들의 문제해결사가 돼야 한다. 스타트업은 제한적인 시간, 인력, 재원, 네트워크와 경험으로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투자사라면 이런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인사이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요청이 있을 때 이런 어려움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의학적인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들의 문제해결사를 자처한다. 대표님들이 혼자 고민한 문제들이 알고 보니 우리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초기 투자사일수록 피투자사 대표님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돼야 한다. 사업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도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돼야 한다. 그것이 결국 사업에도 도움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이 와이콤비네이터 대표던 시절 "새벽 1시에도 대표님의 전화 상대가 돼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대표님의 고민에 대해서는 24시간 5분대기조를 자처한다. 우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과 이사님들이 모두 계신 슬랙에서 대표님에게 DM이 오면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그 메시지에 답장을 최우선적으로 드린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 대표님과 투자사가 항상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기를 원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가장 좋은 투자사는 결국 스타트업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투자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함께 숨 쉬고 대표님을 인간적으로 깊이 이해하며 같은 방향을 지향하면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투자사가 돼야 한다. 이러한 투자사라면 투자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우리는 이런 투자사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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