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세포의 생멸과 정치의 물갈이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은 '자신을 너무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肝)은 몸통 어느 쪽, 어디에 붙었고(몸통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눈알은 얼마나 크며(지름 2.4㎝에 7g임) 핏줄을 다 이으면 얼마나 길고(약 13만㎞임) 대소변은 왜 누르스름한가(죽은 적혈구에서 생긴 빌리루빈 색소 때문임) 따위에 대한 궁금증(호기심)도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는 길일 터다.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 덩치에 따라 다르지만 60조~100조개쯤의 세포가 모여 정밀한 인체(몸)가 형성된다.
그런데 왜 똥오줌의 색은 누렇고 또 황달에 걸리면 얼굴이나 눈자위가 노르스름할까. 사실 혈액 한 방울에 적혈구(붉은 피톨)가 약 3억개가 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작은 세포인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도넛 모양을 해 산소와 잘 결합하게끔 표면적을 넓힌다. 또 적혈구는 우리 몸속의 큰 뼈다귀인 두개골, 척추, 골반, 늑골, 팔다리뼈 등에서 만들어질 때는 핵(核·nucleus)이 있었으나 자라면서 핵이 없어진다. 그래서 적혈구는 핵이 없어 세포분열을 못하고 핵이 없어진 자리에 대신 헤모글로빈(Hemoglobin·Hb)으로 메운다.
또한 적혈구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은 4개의 헴(heme)과 글로빈(globin) 단백질로 이뤄져서 최대한 4분자의 산소를 결합·운반한다. 또 피가 붉은 까닭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헴에 든 철(Fe·iron)이 산화철이 된 탓이다. 그리고 적혈구에는 특이하게도 세포들이 모두 다 지닌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없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숨 쉰 산소와 소화시킨 양분을 받아 산화해 모든 힘(에너지·ATP)과 체온을 유지하는 열(heat)을 만드는 세포소기관(細胞小器官·organelle)인데 적혈구에는 이것이 없기에 물질대사 기능을 전혀 못한다. 적혈구에 미토콘드리아가 있었다면 적혈구가 세포로 산소를 운반하기 전에 스스로 산소를 다 써버릴 뻔했다. 적혈구에 미토콘드리아가 없어 물질대사를 하지 않으므로 혈액은행에 피를 한 달 넘게 보관했다가도 수혈에 쓸 수 있는 것이렷다.
그리고 적혈구는 120여일 산 뒤 죽어서 간(liver)과 지라(비장·spleen)에서 파괴되는데 1초에 무려 200여만개가 죽고 금세 그만큼 생겨난다. 동시에 적혈구 헤모글로빈의 헴이 분해되면서 누런색인 빌리루빈(bilirubin)이 생성되며 '적혈구(헤모글로빈)의 시체'인 이 빌리루빈이 대소변을 누렇게 물들인다. 물론 소변이 가끔 샛노란 것은 비타민 알약에 든 비타민B2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헴이 분해되면서 생겨난 철은 그냥 대소변으로 버려지지 않고 몸에서 재활용되고 그 재활용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여성들의 알뜰살뜰함이 보이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달마다 줄기차게 소비되는 생리용 적혈구(철) 부족으로 빈혈이 되지 않았겠는가.
또 누런 빌리루빈은 독성이 있기에 생기는 족족 몸 밖으로 배설한다. 일단 쓸개(담낭·膽囊)에 모았다가 샘창자(십이지장)로 나가 대변에 섞이는 길과 콩팥에서 걸러져 방광에 고였다가 곧장 소변으로 나가는 두 길이 있다. 아무튼 빌리루빈을 설명하는 데는 황달(黃疸)이 제격이다. 혹시 간이나 쓸개, 담관이 고장 나 빌리루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을 뱅글뱅글 돌게 되는 것이 고빌리루빈혈증(황달)인데 그래서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누렇게 된다. 그래서 간이나 쓸개의 고장 여부를 황달에서 찾는다.
실은 우리 몸에서 근육(힘살)과 신경을 제외하고 모든 세포는 이렇게 끊임없이 생멸(生滅)을 반복한다! 몸 안팎의 살갗(피부)세포는 보통 1주일 남짓, 미토콘드리아는 10여일, 적혈구는 120일 가까이 살고는 죽는다. 그리하여 80여일이 지나면 몸의 절반을 통째로 새로운 세포로 바꿔놓는다(치환·置換)고 하지 않나. 이번 총선에서도 세포처럼 낡은 것은 없어지고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메꾸는 신선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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