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긴 한국...그러나 클린스만은 벤치만 지켰다

금윤호 기자 2024. 1. 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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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호기롭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던 클린스만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기며 자존심을 구긴 채 16강에 오르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경기를 앞두고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2차전과 비교해 박용우, 정승현, 이기제만 바뀌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전 선수 8명은 그대로 선발 시켰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말레이시아를 압박했고 볼 점유율은 8:2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며 상대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전반전에만 국한됐다. 한국은 후반 5분 만에 실점했고, 10분 뒤에는 두 번째골까지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자 한국 벤치는 황희찬과 홍현석을 투입했고, 이후 김진수, 오현규까지 밀어넣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이는 이강인의 프리킥 동점골과 손흥민의 페널티킥 재역전골이 나오면서 효과로 이어진 듯 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말레이시아가 3-3을 만든 채 경기는 무승부로 종료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긴 뒤 선수들의 기량에만 기댄 이른바 '해줘 축구'에 그치며 뾰족한 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 받았고, 이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은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교해 전력적으로 크게 앞선다. 선수진을 살펴봐도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을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선수들의 면면만 따져봤을 때 승리, 특히 대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과 선수 개개인 기량만 우세했을 뿐,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확실한 전략이 보이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과 매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강팀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우승을 경쟁하는 팀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팀들은 한국과 만나면 두터운 수비를 세운 채 역습이나 세트피스 한 방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1, 2차전 모두 바레인, 요르단은 그러한 전략을 사용했고,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 역시 비슷한 방식을 들고 나왔다. 그렇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한국 코치진은 이에 대한 파훼법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경기 도중 중계 카메라에는 클린스만 감독과 김판곤 감독의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감독선임위원장을 지내 한국축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김판곤 감독은 이미 조별 탈락이 확정됐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김판곤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기 위해 경기 도중 벤치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수 차례 보였고, 말레이시아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환호했다.

이와 반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의 득점이 터질 때도, 실점을 허용할 때도 그저 벤치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봤다. 심지어 경기 막판 말레이시아의 세 번째골이 터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묘한 웃음을 띈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경기 후 일부 팬들은 '치어리더형 1열 관중이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두 경기 연속 졸전 속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E조 2위로 16강에 오르게 된 한국은 오는 31일 F조 1위와 맞붙는다.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하다.

한국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히는 사우디를 상대로도 클린스만 사단은 별다른 전술 없이 주전 선수들을 밀어넣고 득점과 승리를 바란다면 우승은 물론 8강 진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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