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도 죽지 않는… 돌고 도는 돌의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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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속성을 생각하면 단단함이 먼저 떠오른다.
돌을 깨는 것은 시간이지만, 돌을 깨뜨려도 돌은 다시 돌이 된다.
영월 출신 이재훈 시인의 '돌이 천둥이다'는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온통 돌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의 문장은 돌처럼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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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소재로 근원성 다룬 시편 눈길
돌의 속성을 생각하면 단단함이 먼저 떠오른다. 돌은 행성을 이루는 뼈대이자 숭배의 대상, 때때로 무기가 된다. 돌을 깨는 것은 시간이지만, 돌을 깨뜨려도 돌은 다시 돌이 된다.
영월 출신 이재훈 시인의 ‘돌이 천둥이다’는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온통 돌에 대한 이야기다. 수록작 중 일부는 영문으로도 번역돼 ‘Rock Is Thunder’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영원히 돌을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 신화는 “매일 돌을 만지며 참회하는 인간들”에게서도 보인다. 시인의 문장은 돌처럼 단단하다. 짧게 말한다. 부딪치고 깨지는 언어의 파편을 깎아내고, 단순한 골조미로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돌에 속한 사람’에서 돌은 “깨져도 죽지 않는다/썩어갈 육체를 갖고 있지 않아/언제나 채이고 밝히고 놀아난다”고 한다. “하늘에 던지면 그저 별”이 되는 돌의 ‘연혁’은 태초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시인은 돌을 만날수록 돌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시 ‘녹색우주’에서는 “첨단이라는 것. 문명이라는 것. 예술이라는 것./너희들이 남긴 모든 영혼이 죽어가는 걸/싱싱한 생명으로 지켜볼 거야”라는 문장이 섬뜩함을 안긴다. 시 ‘폐허연구실’에서는 계속해서 대비되는 시선이 읽히고 경계도 없이 “딱딱한 물질”만이 남는다.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에세이에서 시인은 “내 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신과 신화이다. 우리는 어떤 절대자도 올곧게 믿지 못하면서 민망하리만큼 절대자에게 의존한다”며 “신화는 구원의 문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좌절을 통해 우리는 또다른 신생의 꿈을 꾼다”고 했다.
돌이라는 소재에 대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근원과 본질”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시인은 ‘돌을 돌보는 마음’을 논한다. 결국 돌은 견디게 하는 힘이자, 돌고 돌아 돌인 셈이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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