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늘어 다들 눈치게임” 담임·보직교사 기피 심화
20대 겸직 “선배에 업무지시 부담”
“수당 현실화·처우 개선” 목소리
#20대 교사 A씨는 2년 전부터 부장교사를 맡고 있다. 그는 본지 기자에게 “교사 관계가 수평적이라고 해도 젊은 교사 입장에서 선배 교사를 부원으로 두고 업무 지시를 내리기가 부담스럽다”면서 “학교에서는 올해도 부장을 맡아달라고 한다. 계속 거절하고 있는데, 결국 내 의견은 반영이 안 될 것 같다”고 비관했다.
#교직생활 6년차인 B씨는 지난해 담임과 부장교사를 겸직했다. 원칙적으로 부장과 담임을 함께 맡기지 않으나 담임을 맡을 교사가 부족해졌다. B씨는 “다들 하기 싫어했고, 서로 눈치를 보던 상황에서 나에게 부탁이 들어와 담임을 맡게 됐다”고 했다.
3월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강원도내 교육현장에서 담임과 보직교사 기피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일선 학교는 새학기를 앞두고 담임과 보직교사 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원주 C 초교 교장은 “요새는 기피학년이 더 늘어 1·2·5·6학년이 기피학년이다. 6개 학년 중에 4개 학년을 다 피하려 한다”면서 “사정도 하고 애원도 해 간신히 설득하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다들 안 하려고 하니 교장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양양 D초교 교장도 “누구한테 뭘 좀 맡기려고 하면 다들 ‘나 안 하겠다’고 한다. 2월만 되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보직교사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강원도내 교원의 숫자는 줄고 있으나 학교가 담당해야 하는 사업이 늘어나면서 방과후부장 등 과거에는 없던 직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강원도내 총 초등교사 5495명 중 보직을 맡은 비율은 22.6%(1244명)다.
중등은 보직교사 비율이 더 높다. 중학교 교사 중 보직교사 비율은 33.9%(993명), 고등학교는 38%(1103명)에 달해 중등교사 10명 중 4명은 보직교사를 맡는 등 실정이다.
교육계는 승진가산점·수당 인상 등 인센티브 강화와 함께 담임과 보직교사를 기피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수영 전교조 강원지부장은 “근본적인 기피요인 해소가 필요하다”면서 “업무 간소화와 협력적이고 수평적인 학교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민정 강원교사노조 위원장은 “담임교사에 대한 책임 경감과 담임 및 보직수당 현실화 등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성제 강원교총 회장도 “수당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직교사는 수업 시수를 줄여줘야 한다”면서 “일부 학교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정민엽 jmy40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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