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기획] 연이은 낭보에 e스포츠 학원 인기↑…'제2의 페이커' 꿈꾸는 청년들
아시안게임 이어 LoL 월드 챔피언십도 우승
인기 높아진 전문 게임 아카데미
'게임=질병' 인식 개선될까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네 개의 메달을 획득한 후 이번 우승으로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명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3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T1 선수단에게 보낸 축전의 내용이다.
이 대회에서 한국의 T1은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을 3-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주역인 이상혁 선수(페이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LoL월드챔피언십 역대 최다우승(4회)와 최초 2회 연속 우승, LoL한국챔피언십 최다우승 등 기록을 보유해 영국 더타임스가 선정한 '2023년 스포츠계 파워랭킹 10인'에도 선정됐다.
이전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고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가진 중독, 유해물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년 전까지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게임 접속 차단)가 실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축전처럼 이제 e스포츠는 더이상 부정적 단어가 아닌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어엿한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국내 산업 성장세와도 맞물려 있다.
e스포츠 산업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인데,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1년 11억 3,700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e스포츠 시청자는 2022년 전 세계적으로 5억 3,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사상 최초로 20조 원을 돌파한 21조1,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의 14.3%에 해당하는 것으로, 방송(17.4%), 출판(16.7%), 광고(15.2%)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 같은 기간 게임 산업 수출액은 89억7,338만 달러(약 11조4,761억 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4%를 차지한다. 2019년 65.7%였던 게임 이용률은 2020년 70.5%, 2021년 71.3%, 2022년 74.4%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게임은 더이상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e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최근 e스포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치솟는 인기, 산업 규모의 확장 등으로 '제2의 페이커'를 꿈꾸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e스포츠 게임단 역시 종주국 명성을 이어 나가기 위해 게임 학원인 '아카데미'를 통해 유망주들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아카데미에는 프로 데뷔를 원하는 원생 이외에도 e스포츠 관련 대학교 진학과 상위 티어 달성을 위한 원생 등 다양한 목표와 꿈을 가진 이들이 모이고 있다.
지난 22일 취재진이 찾은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업과 훈련을 받는 사람들로 아카데미는 북적였다.
e스포츠 훈련 방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김현규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매니저는 "이론으로 기본적인 챔피언별 특성과 스킬, 조합, 라인의 특성 및 방향성 등을 알려주고 주로 혼자 플레이를 진행하게 한다"며 "플레이가 끝난 뒤 리플레이를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사람 대 사람이 하는 것이라 변수가 많고 실전 경험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라며 "e스포츠는 축구나 야구보단 바둑이나 체스 같은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또 프로게이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잠재력"이라며 "기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다. 이 부분은 다른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 매니저는 "e스포츠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기성세대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엔 프로게이머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엔 아시안게임이나 롤드컵 우승 등으로 인식이 바뀌었고, 언론 매체에서부터 e스포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라며 e스포츠에 대한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젠 e스포츠를 게임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이들의 노력과 성과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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