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자연과 인공의 조화, 절벽 위에 핀 누정

구정민 2024. 1.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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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 제1경 삼척 죽서루 국보 승격
고려시대 창건·조선 건축 양식 내포
암반 높이 맞춘 기둥 건축 희소성 높아
삼척시, 삼척도호부 관아 유적사업 박차
진주관 등 8동 복원 완료 내년 2차 추진
국보 승격 축하 정월대보름 드론쇼 준비

한국 대표 누정 건축물이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으로 수많은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관동팔경의 백미(白眉), 삼척 죽서루가 지난해 국보가 됐다. 1963년 보물 제213호로 지정된 이후 60년만이다. 특히 628년만에 새 시대를 맞이한 강원특별자치도 첫 국보라는 역사적인 기록도 함께 갖게 됐다.

죽서루가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 문화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보 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학술·예술·기술적 가치를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볼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듯 하다.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천년고도’ 삼척의 찬란한 역사문화유적인 죽서루를 찾아 길을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 60년만에 국보 문화재가 된 관동팔경의 백미, 삼척 죽서루

관동팔경 가운데 제1경으로 손꼽히는 ‘죽서루’는 주변 오십천과 함께 지난 2007년 명승 제28호로 지정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 죽서루는 정면 7칸, 북측 2칸, 남측 3칸의 누정으로 오십천이 흐르는 절벽 위에 서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십천이 흐르는 응벽(凝碧)이란 층암절벽 위에 자리잡아 고려시대 창건돼 조선 전기에 중건된 이후 현재까지 완전한 형태로 잘 남아 있다.

전반적인 건물 모습에서 조선조 중기 혹은 그 이전의 건축 양식을 내포하고 있지만, 오십천 변 자연 암반을 기초로 해 자연적인 요소와 더불어 인공적인 요소가 적절히 조화되게 설치된 점, 맞배지붕의 건축구조를 팔작지붕의 건축구조로 변환시켜 건물의 증축 과정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점, 이러한 증축 과정이 문헌 기록을 통해 남아있다는 점 등에서 국내 다른 누정 건축물과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죽서루를 떠받치는 기둥을 자연 암반의 높이에 맞춰 세운 건축 양식은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소한데다, 창건 및 중건 기록과 문학·회화 작품이 다수 있는 역사적 가치, 건축물의 수리 등 변화과정 기록이 잘 보존된 기록적 가치, 누정의 다양한 문화성과 지역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 자연과 인공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건축적·경관적 가치 등이 높이 평가돼 왔다.

죽서루는 누가 처음 건립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명종(1171~1197) 때 문인 김극기의 죽서루 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 820년을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이승휴가 1266년 지은 ‘동안거사집’에서도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 삼척시, 죽서루 포함 삼척도호부 관아유적 복원·활용사업 추진

국보 삼척 죽서루는 삼척도호부(都護府) 객사(客舍)인 진주관의 부속 건물이다. 시는 죽서루 국보 승격을 계기로 삼척도호부 관아 유적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제 강점기 때 철거된 이후 85년만인 지난 2019년부터 본격화된 삼척도호부 관아유적 복원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차 사업(2019~2022)으로 객사권역인 진주관과 응벽헌 등 8동이 복원됐고, 내년까지 2차 사업으로 동헌권역(동헌, 행각 등) 5동 복원사업이 추진된다. 무려 116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삼척도호부는 조선시대까지 행정과 군사 중심 역할을 했으나 일제 강점기 때인 1934년 철거됐다. 이번 복원사업에 앞서 2010~2016년 사이 4차례에 걸쳐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옛 관아 유적을 비롯해 그동안 문헌기록으로만 알려졌던 고려 토성 일부와 신라 수혈(竪穴·땅 표면에서 아래로 파 내려간 구멍) 주거지 등이 발견되면서 옛 삼척 전통문화의 중심지임이 확인됐다. 시는 삼척도호부 관아 유적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도심 전통문화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또 이번 죽서루의 국보 승격을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한다. 먼저 올해 정월대보름제를 죽서루 국보 승격을 축하하며 보다 풍성하고 의미있게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기줄다리기를 해변 모래사장에서 옛날처럼 밤 시간대에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죽서루 주변 오십천 상공에서 드론 200대를 동원해 축하 라이트 쇼를 펼친다.

또 삼척 죽서루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일반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자연과 문화가 흐르는 죽서루’를 주제로 각종 공연과 문화유산 해설 등 문화탐방을 실시한다. 이어 올 상반기 중 삼척 죽서루 국보 지정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죽서야행, 관동제일이夜’를 주제로 문화재 야행 공모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밖에 시정 소식지 우리말 가로세로 퀴즈 등 삼척 죽서루 국보 승격 이벤트가 진행된다. 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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