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점 오른 '어펜져스' 김준호, 태극마크 스스로 내려놓은 이유

이석무 2024. 1.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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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어펜져스’ 김준호.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어펜져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4인방. 왼쪽부터 오상욱, 구본길, 김준호, 김정환.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도자로서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한국 펜싱을 세계 최강으로 이끈 ‘어펜져스’ 멤버 김준호(30·화성시청)가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면서 한 말이다.

김준호는 지난 24일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23일에는 자신이 출연 중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을 통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준호가 선수 생활을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대표 생활을 마치고 소속팀 화성시청에서 플레잉코치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병행한다. 지난 1월 2일자로 화성시청의 최연소 플레잉코치 자격을 얻었다.

김준호는 “지도자의 꿈을 미룰 수 없어 국가대표 은퇴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지도자로서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며 후배 육성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준호는 같은 국가대표 동료인 김정환,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대전광역시청) 등과 함께 ‘어펜져스’로서 큰 인기를 누렸다.

‘어펜져스’는 펜싱과 인기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를 합친 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데다 외모도 멋지다고 해서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네 선수에게 ‘어펜져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어펜져스’는 한국 펜싱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고공질주는 계속됐다.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절대강자임을 재확인했다.

1994년생인 김준호는 사실 나이만 놓고 보면 국가대표 은퇴가 너무 이르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맏형’ 김정환은 1983년생으로 40대에 접어들었다. ‘둘째 형’ 구본길 역시 1989년생으로 김준호보다 5살이나 많다.

기량도 대표팀을 그만두기에는 아깝다. 김준호는 지난해 6월 중국 우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고, 개인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준호는 2022~23시즌 남자 사브르 종목 세계 랭킹 12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제일 높았다.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전국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남자 사브르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한 것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지도자로서 다양한 도전을 하는 동시에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2018년 5살 연상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김준호는 현재 두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하다.

김준호는 “가정이 생기고 어느덧 두 아이 아빠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원래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아시안게임 개최가 1년 미뤄지면서 국가대표 생활을 1년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또 한 번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올해 파리올림픽까지 다들 많은 기대를 보내주셨다”며 “제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플랜의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감독님, 선배님들과 충분한 논의 끝에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준호도 국가대표 생활을 마친다는 아쉬움이 없는게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펼쳐나갈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그는 “화성시청 소속 선수로서 시합을 뛰는 동시에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코치로서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시작하고 싶다”며 “먼저 은퇴한 친동생과 함께하는 펜싱 아카데미에서 후배 육성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현재 출연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뭉쳐야 찬다3’ 외에도 다양한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며 “무엇보다 그동안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늘 미안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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