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송영한 “밥 먹고 잘 때도 골프 생각…‘어린왕자’ 아닌 ‘왕’ 될 것””[인터뷰]
제대 후 시드 간신히 지키는 등 최악의 시즌
스윙 싹 뜯어고친 덕 2023년 상금랭킹 4위 마무리
20m 늘어난 드라이브 샷…그린 적중률 1위
“준우승만 5번은 아쉬워…통산 두자리수 우승 목표”
송영한(33)은 데뷔 때부터 스타였다. 골프 선수답지 않은 새하얀 피부에 수려한 외모, 친절한 언변, 정교한 플레이. ‘어린 왕자’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렸다.
송영한은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5년 일본프로골프(JGTO) 신인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아시안투어·JGTO 공동 주관으로 열린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의 스타였던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과 일본 투어를 오가며 활동하다 2019년부터 일본 무대에 주력하는 송영한에게 2023년은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지난해 8월, 7년 7개월 만에 산산 KBC 오거스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했다. 하지만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준우승만 5번 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송영한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지난해는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며 “그 변화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아 만족하면서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냉정하게 생각하면 두 번 정도는 더 우승할 수 있었다”며 “우승 기회에서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 건 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자평했다.
송영한은 “1승은 어쩌다 한 느낌이었다면 2승은 ‘내가 진짜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3승이 간절했는데 지난해 이루지 못했다. 비시즌에 잘 준비하면 올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대 후 2021년 JGTO에 복귀한 송영한은 2020~21시즌 상금랭킹 44위, 2022년 상금랭킹 51위에 그쳤다. 2022년에는 부진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 대회에서 투어 시드를 간신히 지켰다.
송영한은 “이렇게 칠 거면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내 뒤에 아무것도 없는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해 겨울 송영한은 스윙을 싹 바꿀 정도로 간절하게 전지훈련에 임했다. 그는 “원래 백스윙할 때 힘을 아래에서 위로 주고, 다운스윙 때 힘을 아래로 쓰는 편이었다”며 “골프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시퀀스여서 스윙을 뜯어고쳤다”고 설명했다.
2023년 송영한은 완전히 달라졌다. 비거리와 정확도가 동시에 늘었다. 273야드에 불과했던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지난해는 287.12야드(JGTO 49위)로 크게 향상됐다. 무엇보다 그린 적중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22년 투어 그린 적중률은 65.82%(50위)였는데 1년 만에 74.29%로 한층 나아졌다. 투어 전체에서 1위였다.
송영한은 20m 정도 늘어난 드라이버 샷에 가장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전지훈련에서 타구감과 공이 날아가는 힘을 보며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고 돌아봤다. 일본 투어를 함께 뛰는 동료들도 ‘도대체 전지훈련 때 뭘 한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한다. 퍼트 순위가 50위권에 그쳤음에도 상금 랭킹 4위(1억1054만5499 엔·약 10억원)로 2023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컴퓨터 샷 덕분이다.
송영한은 “골프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스코티 셰플러는 결코 정석 스윙을 구사하지 않지만 현재 세계랭킹 1위를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멀리 치는 것보다 스윙을 예쁘게, 공을 똑바로 쳐야 한다고 배웠다. 이제는 일정하게 치되 거리가 평균 300야드는 나와야 경쟁력이 있는 흐름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도 달라지기 위해 소셜 미디어(SNS)에 올라온 골프 영상을 보며 분석하기까지 했다”며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늘 골프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투어에 적응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도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 송영한은 동료 선수들과 일본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무조건 일본어를 사용한다.
2019년 송영한이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갖자 일본의 간판스타 이시카와 료가 직접 나서 투어 시드를 유예하도록 협회를 설득한 건 유명한 일화다.
송영한은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한 이시카와 등 일본 투어 동료들을 한식당에 초대해 돼지갈비를 대접하는 등 한국과 일본 선수 간의 가교 역할도 톡톡히 했다.
송영한은 후배들이 일본 투어에 많이 도전하기를 독려했다. 그는 “일본은 투어 환경이 정말 좋다. 연습 환경만 따졌을 때는 미국과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며 “골프장에 연습장이 없으면 홀을 연습장으로 만들고 쇼트게임, 벙커 연습을 할 수 있는 치핑 그린으로 개조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한국 선수들이 일본 투어에서 뛰다 보면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군대도 다녀왔고 기다리던 두 번째 우승도 했다. 내 골프 인생은 이제부터 진짜”라고 강조한 송영한은 이제 더 높고 멀리 바라본다.
송영한은 “박상현, 김경태처럼 롱런하는 선배들은 영리하다”며 “누구나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처럼 멋진 장타를 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내가 잘하는 기술로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꼭 다승을 하고 싶다. 최저타수상을 받으면 우승 등 모든 게 따라올 것”이라며 “투어 생활하면서 두자릿수 우승을 하고 은퇴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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