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시니어 판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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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으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싶다." 2018년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당시 57세)이 6개월 뒤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판사에 임용돼 화제가 됐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전체 업무 중 약 20%가량이 시니어 판사에 의해 처리된다.
법원행정처가 경륜 있는 판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계속 활용하는 '시니어 판사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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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은 ‘80의 원칙(Rule of 80)’에 따라 65세 이상인 판사의 법관 재직 기간과 나이를 합친 수가 ‘80’이 되면 퇴직하지 않고 시니어 판사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원로 판사들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남은 인생을 헌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전체 업무 중 약 20%가량이 시니어 판사에 의해 처리된다. 일본도 일반 판사 정년(65세)을 넘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간이재판소 판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경륜 있는 판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계속 활용하는 ‘시니어 판사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법관 부족과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니어 판사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년(65세)이 임박한 현직 판사 중 시니어 판사를 뽑아 정년을 75세로 10년 늘려주는 대신, 업무량과 보수는 일반 법관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기본 골격이다. 다만 시니어 판사들을 ‘정원 내 법관’으로 둘 경우 사무 분담 등에서 다른 판사들의 불만을 살 우려가 있어 ‘정원 외 법관’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정년 이후 근무를 보장하는 정원 외 법관을 시니어 판사 제도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법관 부족 문제 해결과 함께 평생 법관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 전관예우 폐해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륜이 풍부한 원로 판사가 품위를 유지하면서 국민에게 고품질의 재판을 제공한다면 마다할 국민이 있을까.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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