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스토리텔링’이라는 외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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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매체 혁명이 일어나고부터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스토리 산업'이 새로 생길 정도로 그 분야의 일이 늘어나서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사전이나 개론서를 보면, 스토리텔링을 '스토리를 텔링하는 행위'라고 풀이한 곳이 있다.
이런 일의 원인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 이전에 들어와 토박이말처럼 쓰인 외래어 '스토리'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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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전이나 개론서를 보면, 스토리텔링을 ‘스토리를 텔링하는 행위’라고 풀이한 곳이 있다. 어떤 말을 설명할 때는 그 말을 사용하면 안 되는데, 왜 그러는 것일까? 그것을 ‘이야기하기’로 번역하는 데 그친 경우도 보인다. 이번에는 ‘스토리’가 어째 ‘이야기’와 같은지 얼른 납득이 안 가 궁금함이 남는다. 이런 일의 원인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 이전에 들어와 토박이말처럼 쓰인 외래어 ‘스토리’에 있는 듯하다.
‘story’의 일반적인 뜻이 ‘이야기(서사)’이므로 ‘storytelling’의 번역은 일단 ‘이야기하기’가 적절하다. 그런데 “‘소나기’라는 소설의 스토리~” 운운하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토리’는 사건을 서술한 이야기보다 그것의 뼈대인 ‘줄거리’에 가깝다. 영어에도 그 개념의 storyline(스토리라인)이 있는데, 그게 이야기의 대표적 요소이므로 story와 바꿔 쓰이기도 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에서 ‘밥’이 먹거리 전체를 가리키는 예와 비슷하다. 이렇게 story는 여러 뜻을 지니고 있지만 외래어 ‘스토리’는 이야기와 줄거리를 확실히 구별하는 한국어에서 줄거리의 뜻이 강해져, 둘이 잘 통하지 않는 때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와 영어에서 ‘이야기’는 ‘말’ 대신 사용되기도 한다. ‘이야기하기’는 그만큼 보편적인 소통 활동이다. 그것은 사건을 그려내어 줄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이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이야기와 줄거리의 구분은 ‘스토리텔링의 시대’에 이로운 면이 있다. 이야기(줄거리 있는 것)와, 그 속에 고구마의 그것처럼 존재하는 줄거리(사건의 연쇄), 나아가 그것을 형성하는 서술 기법 등을 구별하기 좋기 때문이다.
애초에 story를 알맞게 번역해 썼으면 좋았을 터이다. 하나 일단 ‘스토리’가 되었으니 정밀하게 뜻매김하여 사용해야 한다. 외국어, 외래어를 마구 수입하거나 무조건 존중하는 인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단지 한국어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말과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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