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관석]2막 맞는 尹-韓 브로맨스… 같음보다는 다름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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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것을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지내왔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두고 이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반면 용산에서는 "취임한 지 2년이 안 됐다. 총선은 대통령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윤 대통령은 배신감 속에 과거를 돌아보고, 한 위원장은 같도록 강요하지 않던 그를 반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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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두고 이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비슷함이 아닌 다름이 오랜 신뢰의 기반이었다는 얘기다. “맹종(盲從)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대통령 말과 같게도, 다르게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두 사람은 올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 마주했다. 한 위원장의 서열이 수직 상승했다. 검찰에서 20년을 함께한 두 사람의 균열이 표면화한 것은 처음이다.
비대위 입성 때만 해도 대통령 호위무사 소리를 듣던 한 위원장은 취임 한 달이 되도록 용산 대통령실에 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기존 당 대표와 다른 리더십이다. 김기현 전 대표가 당 4역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심(尹心·윤 대통령 마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 것과 달랐다. 거리 두기가 총선에 유리하다고 본 것 같다. 야권의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논란 등 ‘김건희 리스크’ 대응 국면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용산에서는 “취임한 지 2년이 안 됐다. 총선은 대통령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 위원장이 용산 지지율을 함께 끌어올릴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모들은 “하필 영부인 이슈를 치고 올라가나. 자기 장사하려고 대통령 망신을 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인간적 배신감마저 표출했다고 한다. 문 정부에서 좌천을 이어가던 한 위원장이 정권 교체 후 자신의 발탁으로 법무부 장관이 됐고, 여당 비상대표직에 오르는 데는 대통령 후광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 발언과 김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언급은 누적된 대통령의 분노를 촉발한 방아쇠가 됐을 수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양측은 강한 파열음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은 예와 같은 직선적인 모습 그대로 신뢰·지지 철회라는 직구를 던졌고, 한 위원장은 전면전은 피하되 사천 사당화 프레임은 깨뜨리며 긴장을 유지한다.
이번 국면에서도 일부 언론을 통한 ‘지지 철회’ 메시지 발신과 여론 조성, 윤심에 착실한 언론 플레이, 친윤(친윤석열)의 연판장 완력 행사로 이준석, 나경원, 안철수의 리더십을 무력화하던 패턴이 나타났다. 윤심의 명징한 발신에도 한 위원장은 일단 자리를 지켰다. 총선을 앞두고 친윤의 결집력과 실력 과시가 예전만 못했다. 격노한 대통령 발언이 상세히 보도됐음에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지점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겠다.
윤 대통령은 배신감 속에 과거를 돌아보고, 한 위원장은 같도록 강요하지 않던 그를 반추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든 예기치 않은 파열음이 당정 관계와 여권의 4월 총선 구도에 긴장을 형성하고 있다. 거리 두기가 총선 특효약일지, 단일대오가 정답일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서초동 20년 브로맨스를 뒤로하고 2막의 초입에서 불거진 긴장감이 정책과 민생 실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냉정한 표심으로 ‘검찰 당정’을 평가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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