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영향 미칠수밖에"…여야 몽니에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

김주훈 2024. 1. 2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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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청' 여야 협상 마지막 퍼즐
"기관혼선 문제로 무산" vs "최소한의 조건"
경영계 "불확실성 커져 적극 경영 어려울 것"
내달 1일 마지막 본회의 상정도 불투명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쌍특검법 재표결 촉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1.25.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여야 합의 불발로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2년 재유예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해당 법은 27일 예정대로 시행된다. 그동안 유예를 거듭 요청한 경제계에선 "우리 민생과 일자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25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앞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입장차만 확인했다. 결국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업 현장 환경 문제 등에 따라 2년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문제는 유예기간(오는 27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경영계가 준비 부족 등 이유로 2년 유예를 요청하자, 여야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대다수 소규모 기업들이 현장 준비가 미흡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한 만큼, 2년 유예를 통해 준비 기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갑작스런 법 시행이 아닌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면서 재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제안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민의힘은 '조건 제시'를 통한 협상 지연 전략이라며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요청했음에도 법안 통과가 무산된 것에 매우 안타깝다"며 "우리 민생과 일자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처벌 중심으로 법이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 노출돼 중소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옥(왼쪽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경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네 탓 공방'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요구했지만 정부여당이 아무 답도 없는데,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부여당이 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무엇보다 거듭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필요성을 부각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 규탄대회'를 개최해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반대로 책임을 돌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생을 외면하는 비정을 선택한다면 민생 파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야당 요구조건을 이행하며 지속적으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 여야 협상 마지막 퍼즐인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내달 1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여당이 수용하면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민주당이 다수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 추진을 검토했지만, 기관 혼선 우려, 부처 간 이견 조율, 공무원 정원 및 예산확보 등을 이유로 추진이 무산됐던 부분"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때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제 와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민주당이 '법 적용 유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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