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말레이시아전] 한국을 지옥문으로 끌고 간 김판곤 감독… '하이 프레싱' 전략에 기막힌 용병술까지, KPG는 다 보여줬다

(베스트 일레븐)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물러서지 않는 하이 프레싱 전략이 팀 클린스만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지키며 대단히 훌륭한 경기를 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5일 밤 8시 30분(한국 시각)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E그룹 3라운드 말레이시아전에서 3-3으로 비겼다.

끌려가고 있다. 한국은 전반 21분 정우영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갔으나, 후반 5분 파이살 할림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 15분 아리프 아이만에게 추가 실점을 내줬으나, 후반 37분 이강인이 팀을 구하는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한국을 구원했다. 그리고 후반 45+3분 손흥민이 역전 페널티킥골을 성공시키며 겨우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된 로멜 모랄레스가 말레이시아를 구하는 득점을 만들어내어 3-3 무승부로 끝났다.

승패 여부를 떠나, 김 감독은 또 한 번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기를 했다. 대회 첫두 경기에서 연거푸 패한 탓에 한국전은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기자들에게 날 선 질문을 받아야 했던 김 감독은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한때 팀 클린스만을 패배 일보 직전으로 몰아넣는 놀라운 경기를 했다. 한국 처지에서는 정말 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요행수나 운이 아니라, 자신의 축구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면서 이런 상황을 만들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스트 일레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전에서도 하이 프레싱 전략과 능동적인 축구를 시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처럼 우승을 노리는 강팀과 대결이라고 해서 중원과 최후방에 블록 수비만 하면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뿐이며, 그렇게 수비한다고 해서 실점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평소대로 전방에서부터 한국 수비수들을 괴롭히며 말레이시아만의 축구를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이날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는 전략적으로 한국 수문장 조현우까지 괴롭히는 전방 압박을 가했다. 볼 다루는 테크닉에 대한 의문 부호를 계속 달고 다니는 조현우의 약점을 알고 있기에 이런 조치를 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흐름이 바뀌었던 후반 5분 할림의 득점 상황 역시 전방 압박에서 나왔다. 한국 진영 박스 외곽에서 볼을 잡은 황인범을 스트라이커인 대런 로크가 전방 압박을 한 게 결국 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2-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후반 추가 시간에 투입한 모랄레스를 통해 극적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기막힌 용병술까지 뽐냈다.

물론 한계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전방 압박과 더불어 볼 점유를 통한 능동적 축구 구현을 추구한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선임위원장 시절 자신이 선택했던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여주었던 경기 운영 스타일과 유사하다. 한국이 80대20으로 앞서가던 점유율 지표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한때 승리까지 넘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건 분명하다.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놀라운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확실히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의 손을 타며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