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역 이름 못박아 표심 자극…재원·사업성 확보 산 넘어 산

최하얀 기자 2024. 1. 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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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 의정부 다목적체육관에서 참석자들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착공 기념식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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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안과 신규 노선안은 실제 추진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사업성 확보 여부다. 공개 노선안 중 상당 구간은 사업성이 낮아 추진 가능성과 필요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향후 경제성 등을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조사 또는 민간의 사업 참여 과정에서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부안 변경 여지도 크다. 그런데도 역명을 명토 박아 노선 구체안을 정부가 제시한 건 4월 총선을 고려한 생색내기용으로,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강원으로 연결, 속 빈 강정 될 수도

당장 지티엑스 A·B·C 노선 연장지 공식화로 경기 평택, 강원 춘천, 충남 천안·아산 등 관련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티엑스 연장이 수도권으로 출퇴근·등하교를 가능하게 해, 인구 유입을 돕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노선 연장으로 인한 지자체 재정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연장 노선에 대한 사업비(건설비와 운영비)를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기로 합의 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인자 부담’ 방식에 맞춰 연장 노선 사업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면 국가철도망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이 3년가량 단축된다.

국토부는 현재 A와 C 연장 노선은 지자체와 협의가 끝나 타당성 검증 절차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B 연장 노선 사업비를 두고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연장 구간이 20.9㎞로 가장 짧은 A노선의 추가 사업비는 25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B노선 연장 구간은 55.7㎞, C노선 연장 구간은 69.5㎞로 더 길어 추가 사업비도 A노선에 견줘 훨씬 클 전망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노선 연장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지만, 재정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시민 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장 노선이 실제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목표 표정속도(역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 시속 100㎞를 유지하고, 출퇴근용으로 적합한 짧은 차간 간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노선도 연장하려면 열차 투입 수가 훨씬 늘어야 한다. 투입 열차 수를 충분히 늘리지 못하면 연장지 일부 지역에선 차간 간격이 상당히 길어져, 지티엑스보다 아이티엑스(ITX)나 무궁화호 등 기존 열차 이용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 연장 노선의 비용 대비 효과는 낮아지는 셈이다.

사업성 낮은 구간은? “F노선은 상상 속 노선”

D·E·F 노선의 사업성은 더욱 불투명하다. D노선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상당 구간이 겹치고, E노선은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도시철도 강북횡단선과 노선이 유사하다. 더욱이 E노선은 서울 상암 디엠시(DMC)역을 제외하면 업무 지구를 통과하지 않아 사업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무엇보다 순환형인 F노선은, 땅속을 통과해 속도를 내는 광역급행철도가 애초에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노선이란 지적이 일찌감치부터 계속돼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F노선은 현재로선 (사업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왕숙2∼교산 구간을 먼저 추진해보고, 나머지 구간은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도 지티엑스와 같은 광역급행열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 역시 ‘생색내기’란 시선이 적잖다. 애초 광역급행열차는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넘는 2600만명이 몰림에 따라 서울 거주 인구를 경기나 인천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출퇴근 피로를 낮추기 위해 추진됐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비수도권에도 광역교통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최적 수단이 광역급행열차인지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인구가 적고 도심 밀집도가 낮은 비수도권은 현재 추진 중인 여러 광역철도망 사업이나 그 밖의 교통수단을 확충·이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잉 투자를 피하고 이용자 수요에도 더 적절하다는 게 그간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유 교수는 “최근 대형 에스오시(SOC) 사업을 사업성 평가 없이 추진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이 너무 남발되는 추세”라며 “이번 계획들이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사업성을 따지도록 한 국가재정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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