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도 직접투자 시스템 완비했지만···稅장벽에 증권사 서비스 '발목'

윤경환 기자 2024. 1. 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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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투' 막힌 '슈퍼 코끼리' 증시
급성장 印, 증시 세계 최고 상승률
국내 개미도 큰 관심···ETF 투자 늘어
예탁원, 작년 11월 거래시스템 구축
미래에셋·NH투자證 사업 나섰지만
印정부 세무대리인 선임 요구에 차질
업계 "정부의 적극적 측면지원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만다팜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 행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인도 증시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투자 업계가 국내 투자자들의 현지 주식 직접 거래 시스템을 완비하고도 현지 세제 장벽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인도 세제 당국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면서 우리 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측면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NH투자증권(005940) 등은 회계·세무법인을 기용해 인도 주식 직접 거래 서비스 출시 방안을 본격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내 증권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자체적인 인도 주식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자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순호 예탁원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외화 증권 예탁 결제 서비스를 인도까지 확대해 해외 직접투자의 저변을 넓혔다”고 소개한 바 있다.

지금은 복잡한 등록 절차와 최소 투자 금액 규정 등 인도의 각종 외국인 투자 규제 탓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현지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사고팔 방법이 없는 상태다. 관련 서비스를 내놓은 증권사도 전무하다. 예탁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제껏 인도 상장 주식을 1주도 거래한 적이 없다. 국내 투자자는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수단으로만 인도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아니면 인포시스, 위프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등 미국·유럽 증시에 해외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상장된 인도 종목을 우회적으로 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인도의 세제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 측에서는 주식 직접 거래 요건으로 현지 세무 대리인 의무 선임 등 세금 기여를 더 많이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행정 처리 속도도 한국보다 한참 느려 기획재정부가 인도 정부와 조세 문제를 두고 담판을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인도는 1986년 조세 조약을 통해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맺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 주식 거래 서비스는 현지 세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비스 출시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측은 “아직 업계의 공식 민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이 인도 주식 직접투자의 길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중 갈등 격화 이후 중국을 대체할 최대 공급망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는 인구수마저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인재가 풍부한 점도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인도와 미래 산업 협력을 꾀하는 요소다.

실제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1년간 18.74%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 증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올랐다. 센섹스지수는 올해에도 강세를 보여 15일에는 7만 3327.94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중국 정부가 중화권 증시 부양책을 내놓기 직전인 22일에는 인도 증시 시가총액이 4조 3300억 달러(약 5800조 원)로 4조 2900억 달러(약 5700조 원)에 그쳤던 홍콩을 제치고 일시적으로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초 중국 증시에서 돈을 뺀 외국인 자금이 인도 증시에 몰린 결과다.

인도 시장이 급부상하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약 5000억 원을 들여 현지 9위권 증권사 쉐어칸을 전격 인수했다. NH투자증권도 이달 16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인도 최대 규모의 독립계 자산운용사 라이트하우스칸톤(LC)과 사모 사채 공동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 간접투자에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인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인도 니프티 50(합성)’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 니프티50 레버리지(합성)’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미래에셋운용이 ‘TIGER 인도 니프티50’, 삼성자산운용이 ‘KODEX 인도 니프티50’과 ‘KODEX 인도 니프티50 레버리지(합성)’를 각각 선보이면서 전체 상품군이 5개로 늘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상품들은 올 들어 19일까지 9~20%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 기간 5개 ETF에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도 420억 원에 달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가 대학 진학률이 올라가면서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소비 시장도 뒷받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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