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밀레이 정부’ 출범 50여일…“급진 개혁 반대” 총파업
집권 후 인플레 더 가속화
치안장관 “변화 막는 마피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행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 만에 정부의 급격한 개혁안 추진에 반발한 노동단체들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주요 노동자 단체들은 이날 12시간 동안 공동 총파업을 벌였다. 이는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열린 대규모 총파업이자 1983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단기간에 발생한 것이다.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는 운송·교사·은행·의료·언론·공무원 등 사회 전 분야 노동자들을 비롯해 환경운동가, 장애인 인권 활동가, 퇴직자, 세입자, 예술가, 학생 등 150만명(노조 추산)이 참가했다.
자칭 ‘무정부 자본주의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급진적 개혁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366개 규제를 한꺼번에 철폐한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 등 1000개에 달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공공지출 대폭 삭감, 공기업 민영화, 정부부처 폐지,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이 담겼다. 또 퇴직금·출산휴가 감축, 쉬운 해고, 파업권 제한 등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안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노동권을 제한하는 법령에 제동을 걸면서 일부 대통령령은 일단 보류됐지만, 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또 일부 조항을 수정한 옴니버스 법안도 의회에 제출됐다.
노동단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개혁안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트럭운전 노조 지도부인 파블로 모야노는 로이터통신에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장관은 이번 파업을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선택한 변화를 막으려는 ‘마피아’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집권 후 물가 대응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211.4%까지 뛰어올랐다. 식비는 한 달 만에 30%가량 올랐고, 교통비·연료비 부담도 급증했다.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는 달러 대비 50% 이상 폭락했다.
그러나 밀레이 정부의 지지율은 50% 이상으로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윌슨센터의 중남미 프로그램 책임자 벤저민 게단은 “밀레이 정부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기보다는 페론주의에 대한 거부”라면서 “그가 국민을 계속 이끌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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