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수송기 추락’ 러·우크라 진실 공방
러 당국, 블랙박스 발견…유엔 안보리도 사건 논의키로
우크라이나 포로 65명이 탑승한 러시아군 수송기 추락 원인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면 우크라이나가 사전에 자국군 포로 탑승 사실을 알았는지,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보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구조당국이 전날 추락한 수송기의 비행 데이터와 음성 기록이 저장된 블랙박스 2개를 발견해 조사관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가 제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오전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 벨고로드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일류신(IL)-76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포로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요원 3명 등 74명을 태우고 비행하던 중 우크라이나군에 격추당해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수송기가 이날 예정된 우크라이나와의 포로 교환을 위해 벨고로드로 향하던 중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하원 국방위원장은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립치 지역에서 발사된 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패트리엇 또는 IRIS-T 대공 미사일에 공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주장대로 수송기가 패트리엇에 격추됐다면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이 무기 지원 시 당부한 ‘러시아 본토 타격 시 사용 금지’ 방침을 어긴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러시아군 수송기 격추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루비네트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정보전은 전장에서의 전투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사용하는 끔찍한 수단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 관계자는 이날 포로 교환이 예정된 사실은 인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자국군 포로의 탑승 사실을 모른 채 우발적인 실수로 수송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NYT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자국 군인이 탑승한 비행기를 격추했다면 탄약과 병력 부족, 서방의 지원 축소 우려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우크라이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였던 막심 콜레스니코우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과거 자신이 러시아 브랸스크에서 벨고로드로 이송됐을 당시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 포로 50명에 러시아 군사경찰 20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추락한 수송기에 호송인원이 3명밖에 없었단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이번 사고는 우리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다”며 “이런 것들을 포함해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5일 회의를 열어 이번 수송기 추락 사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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