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 또 나왔다…대법 “후지코시, 1억씩 배상해야”

강은 기자 2024. 1. 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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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3명·가족 최종 승소
일 기업 배상 책임 판결 12건
계류 소송 수십건…더 늘 듯
먼저 떠난 피해 할머니 영정 안고…기쁨의 눈물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 상고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먼저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영정을 든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25일 또 나왔다.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고 김옥순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 23명과 그 가족들이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에서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

1944~1945년 10대였던 피해자들은 후지코시가 운영하는 도야마 공장에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군수물자를 만드는 등 장시간 중노동을 했으며, 임금을 받지 못한 데다 학교 교육의 기회도 빼앗겼다며 2013년(1건)과 2015년(2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후지코시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배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너무 늦게 소송을 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후지코시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피해자들이 손배 청구권의 존재와 피해 구제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확정 판결은 총 12건, 배상해야 하는 일본 기업은 4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21일 대법원이 다른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 비슷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에 수십 건의 소송이 추가로 계류된 터라 배상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 배상금을 정부 산하 재단 기금으로 대신 지급하겠다며 추진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반대하고 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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