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하듯…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다

김신성 2024. 1. 2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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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수진은 겨울풍경을 자주 그린다.

눈 쌓인 나무, 텅 빈 가지들, 눈 덮인 언덕. 그의 겨울은 실감나게 묘사되기보다는 생략, 단순화되어 있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모든 것이 죽거나 잠든 멈춰진 시간이라 여기지만 그에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체감하는 시간이다.

겨울밤은 길고 깊고 캄캄하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풍부하여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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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개인전 ‘새겨울’

작가 이수진은 겨울풍경을 자주 그린다. 눈 쌓인 나무, 텅 빈 가지들, 눈 덮인 언덕…. 그의 겨울은 실감나게 묘사되기보다는 생략, 단순화되어 있다. 인물들은 숲속에 모여 앉아 있거나 홀로 혹은 여럿이 눈길을 걸어간다. 어디를 향해 걷는 걸까.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모든 것이 죽거나 잠든 멈춰진 시간이라 여기지만 그에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체감하는 시간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나무와 들판은 한순간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공간이 되어 갑자기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버린다.
‘Green woods’(그린 우즈, 100x160㎝)
차갑고 어두운 긴 밤은 무궁무진한 비밀을 품고 있다가 쏟아지는 흰 눈에 실어 실마리를 던져준다. 잠시나마 세상의 미스터리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다. 겨울밤은 길고 깊고 캄캄하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풍부하여 그 자체로 아름답다.

길을 떠난다는 것은 원래의 자리를 벗어나는 ‘상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림 속 인물들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이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날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들은 여러 번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미지의 세계로. 다시 겨울이다. 아니, 새겨울이다.

이수진이 ‘새겨울(NEW WINTER)’이란 주제를 내걸고 개인전을 열어 2월8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엠컬렉트나인틴(M.COLLECT.19)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신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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