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체불 ‘역대 최고’…정부 근절 대책도 안 통했다
정부가 지난해 ‘상습체불 근절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임금체불액은 되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임금체불이 많이 증가했다. 노동계는 사업주가 돈을 떼먹어도 손해를 보지 않고,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임금체불액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1조3472억원)보다 4373억원(32.5%)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조721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리던 임금체불액이 지난해 크게 반등해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리 인상 여파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임금체불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4363억원으로 전년(2925억원)보다 1438억원(49.2%) 증가했다. 전체 임금체불액 중 건설업 비중도 2020년 17.6%, 2021년 19.4%, 2022년 21.7%, 2023년 24.4%로 매년 증가 추세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명단공개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고의적인 임금체불의 경우 체불액의 2~3배에 해당하는 부가금을 사업주에게 물리는 제도, 임금채권 소멸시효 확대(3년→5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형사적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9월1~6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임금체불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반의사불벌죄 폐지’(26.7%)를 꼽았다. 임금체불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사업주는 기소되지 않는다.
윤건영 의원은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경기 불황 탓도 있겠지만 정부 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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