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김경율 ‘김건희 엄호’

정대연·조문희·유정인 기자 2024. 1. 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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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사과 요구 대신 “주가조작 사건, 더 밝혀질 것 없다”
한동훈도 “사과 요구한 적 없다”…김 위원 사퇴에 또 선 그어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5일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관여 의혹을 제기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앞서 여러 차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김 여사 문제가 ‘역린’이란 점이 확인되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도 이날 자신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김 여사 사과 요구를 자제하고, 윤 대통령은 사건 경위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선에서 이번 일을 덮고 가려는 모습이다.

김 위원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돈봉투 사건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언급한 뒤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는 것)”고 말했다. 김 위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금 흐름이 모두 다 밝혀졌다”며 “왜 이와 같이 명확한 사건들이 민주당에만 가면 흐릿해지는지, 정쟁의 영역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김 여사 사과 요구에서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 여사 엄호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김 위원은 회의에서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피해 당사를 빠져나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김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었느냐”며 “제가 드렸던 말씀을 그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등 제도적인 재발방지책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사과 문제와 관련해 “저희(당)가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주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출구전략으로 거론되는 김 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에 거듭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 비판 선봉에 섰던 친윤석열계 이용 의원은 이날 김 위원 거취 문제에 대해 “본인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서는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당사에서 연 정치개혁 관련 좌담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수십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저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서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등 정치개혁 방안에 대한 민주당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공개적으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 대신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KBS와의 신년 대담 주제 중 하나로 다룰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 (준비)하는 것을 기대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인 만큼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서 논란을 낳을 만한 상황을 더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대연·조문희·유정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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