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교체, 세 번의 협상, 출국 D-4…‘KIA→두산’ 트레이드 복덩이 잔류, 왜 오래 걸렸나
[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홍건희(32) FA 잔류 협상이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 나흘을 앞두고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두산 베어스 구단과 홍건희 측은 어떻게 서로의 이견을 좁혔을까.
두산 베어스는 25일 “투수 홍건희와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총액 2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홍건희 첫 2년 계약의 총액은 9억5000만 원이다. 2년 계약 만료 후 선수가 두산 잔류를 원하면 2년 15억 원의 연장 계약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자유로운 신분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스토브리그 개장과 함께 ‘FA 최대어’ 양석환을 잔류시킨 두산은 '투수조장' 홍건희 역시 잔류 기조를 세우고 지난해 11월 30일 홍건희 측과 처음 만남을 가졌다. 첫 협상부터 구체적인 조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고, 큰 소득 없이 만남이 마무리됐다.
이후 홍건희가 에이전시를 교체하며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물론 그렇다고 구단과 선수 측의 이견이 빠르게 좁혀진 건 아니었다. 새로운 에이전시와의 첫 만남 역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지난 18일 두 번째 협상 테이블에서 비로소 양 측이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찾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로의 기준점을 제시한 뒤 계약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방식이 논의됐다. 계약 규모의 차이로 인해 이승엽 감독이 바라는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일주일이 흘러 두산 구단과 홍건희 측은 세 번째 만남을 가졌고,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메이저리그의 옵트아웃과 유사한 2+2년 24억5000만 원의 조건에 합의를 이뤄냈다. 선수와 구단 모두 100% 만족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홍건희는 트레이드 성공 신화에 이어 생애 첫 FA 계약에 골인했다. 두산 또한 양석환에 이어 홍건희까지 붙잡으며 당초 목표였던 집토끼 2명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산 관계자는 "홍건희는 4년간 꾸준히 불펜의 중심을 잡아줬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전제로 협상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마운드 위와 아래 모두에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홍건희는 지난 2020년 6월 류지혁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트레이드 전까지 약 10년 동안 347이닝을 담당한 홍건희는 두산 이적 후 지난해까지 불과 4시즌 만에 254⅔이닝을 달성했다. 2020시즌 68⅔이닝을 시작으로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 기간 12승 44세이브 39홀드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2023년 두산 이승엽호의 클로저로 낙점되며 뒷문지기 역할까지 수행했다. 부진으로 인해 막바지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64경기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의 준수한 성적으로 예비 FA 시즌을 마쳤다.
홍건희는 이번 계약으로 오는 29일 두산 선수단 본진과 함께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로 향할 수 있게 됐다. 홍건희는 2024시즌 또한 두산 투수조장 유력한 후보이며, 정철원, 김강률, 김택연 등과 함께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건희는 “협상 기간 동안 팬들께서 ‘베어스에 남아달라’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계속해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게 됐는데 마음가짐이 새롭다”며 “오래 기다리게 한 만큼 마운드 위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만이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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